삼성전자가 급성장하는 폴더블(접는)폰 시장에서 독주 채비에 나서고 있다. 올해 갤럭시Z폴드3·플립3의 흥행으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인 데 이어 화면을 두 번 접는 이른바 ‘병풍폰’ ‘장롱폰’을 개발하며 다양한 폴더블폰 수요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애플이나 화웨이 등 경쟁 업체들은 기술력 부족과 디스플레이 품질 확보 문제 등으로 잇따라 폴더블폰 개발을 중단하거나 출시를 미루고 있다. 구글이 내년 상반기 예정했던 ‘픽셀폴드’ 출시를 1년 연기했고, 중국 TCL도 올 연말 내놓으려 했던 폴더블폰 ‘시카고’ 출시를 취소했다. 삼성의 최대 경쟁사인 애플도 빨라야 오는 2024년에야 폴더블폰을 시장에 내놓을 전망이다.

장롱처럼 열고 닫는다 -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폴더블(접는)폰 제품. 일명 '장롱폰'으로 불리는 제품은 화면 양쪽을 뒤로 접으면 일반 스마트폰과 비슷한 크기의 화면이 나타나고, 앞쪽으로 접으면 문이 닫힌 장롱처럼 보인다. 삼성은 화면을 병풍처럼 두 번 접는 폴더블폰①, 화면을 위아래로 접는 방식②도 개발하고 있다. /레츠고디지털 트위터
병풍처럼 두번 접는다
옆으로만? 위아래로 접는다

◇글로벌 시장 88% 독식

당초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을 40% 수준으로 전망했다. 샤오미·오포 같은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구글도 폴더블폰 출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뚜렷한 신작을 내놓지 못한 데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삼성의 폴더블폰 출하량은 800만대에 육박해 전체 시장(900만대)의 88%를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폴더블폰 출하량 목표를 올해의 2배 이상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되고 있지만, 폴더블폰은 오는 2023년 글로벌 연간 출하량 3000만대로 올해보다 3배 이상 커지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폴더블폰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고민이었던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위아래로 접으면 화장품 콤팩트 크기가 되는 갤럭시Z플립3가 큰 인기를 얻자 다양한 방식의 폴더블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2일 네덜란드 IT 전문 매체 레츠고디지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위아래로 접는 방식의 새 폴더블폰 글로벌 특허를 등록했다. 좌우로 화면을 여닫는 기존 갤럭시폴드를 위아래로 접는 형태이다. 세로로 열고 닫으면 직사각형이 되는 플립3와 달리 펼치면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

삼성전자는 화면을 2번 접는 폴더블폰 상용화도 서두르고 있다. 삼성은 지난 3월 화면을 세로로 두 번 접는 폴더블폰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지금까지 나온 폴더블폰은 모두 한 번 접는 형태였다. 화면을 안과 밖으로 접으면 병풍처럼 접히는 ‘병풍폰’은 화면을 완전히 펼치면 기존 폴더블폰보다 더 큰 화면이 되고, 접으면 더 작아진다. ‘장롱폰’으로 불리는 다른 방식은 큰 화면 좌우에 작은 화면이 달려 있어 앞쪽으로 접으면 양쪽 디스플레이를 마치 장롱 문처럼 열고 닫을 수 있다. 앞쪽으로 접힌 양쪽 디스플레이 화면 사이에 S펜을 수납하는 공간도 있다. 삼성은 지난 4월 독일 특허청에 화면을 돌돌 마는 롤러블폰 특허도 출원했다. 두 번 접는 폴더블폰은 내년 중에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각 사, TF인터내셔널

◇기술 장벽 높은 시장 선점

삼성이 폴더블폰 시장에서 독주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스마트폰 시장보다 기술 장벽이 월등히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폴더블폰은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들어가는 부품 수가 1.5~2배 많고, 플렉시블(휘는) 디스플레이·대용량 배터리 등 일반 스마트폰과 호환이 안 되는 고가 부품 비율이 높다. 삼성은 UTC(초박막 강화 유리)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독점 공급하고, 지난 3년간 폴더블폰 부품 공급망을 확보하면서 원가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는 생산 인프라를 구축했다. 최근 삼성 갤럭시Z플립3를 올해 100대 발명품으로 선정한 미국 타임지는 “그동안 많은 제조사가 폴더블폰의 성능과 휴대성을 모두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은 삼성전자뿐”이라고 평가했다. 한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처럼 독주 체제를 갖추면, 가격대별 라인업 다양화 같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