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한 건물에 걸린 애플 아이폰13 광고. /EPA 연합뉴스

애플의 팀 쿡 CEO가 중국 내 사업을 위해 2016년 중국과 2750억달러 규모의 비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애플이 중국에서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공급업체의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고, 중국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며, 중국 대학과 테크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2750억달러(324조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유독 중국 앞에서만 작아지는 애플의 현실태를 보여주는 사례다. 애플은 작년 연간 매출의 19%를 중국에서 거뒀다.

◇중국 산업 위해 기여하겠다는 애플의 비밀 계약

미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7일(현지시각) 애플 내부 문서와 익명의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애플의 팀 쿡 CEO가 중국 내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법적 제재 등을 피하기 위해 중국 정부 관리들과 비밀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팀 쿡 CEO는 2016년 애플이 중국 경제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중국 정부 관리들과 만나 5년짜리 비밀 계약을 체결했다. 팀 쿡은 애플의 최고운영책임자인 제프 윌리암스, 대관업무 책임자인 리사 잭슨과 함께 중국 중난하이에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1250단어짜리 양해각서를 작성했다.

애플의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앱 장터인 앱스토어에 대한 제재를 면제받는 대신, 중국 제조업체가 최첨단 제조 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중국 인재 훈련을 지원하며, 중국 공급업체의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고, 중국 소프트웨어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애플과 중국 측의 이의가 없으면 계약기간 5년 이후 자동으로 1년 추가돼 2022년 5월까지 효력이 연장되는 세부 사항도 넣었다고 디인포메이션은 보도했다. 이 약속에 따라 애플은 중국에 5년간 27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도에 대해 애플 측은 반응하지 않았다. 미 IT 매체 씨넷은 “이는 팀 쿡이 노련한 정치가가 되어 애플의 사업을 위해 세계 지도자들과 관계를 구축한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중국 국기 문양이 그려진 애플 로고/조선DB

◇중국 앞에서만 작아지는 애플

애플은 그동안 유독 중국 앞에서만 작아졌다. 애플이 사업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부품은 중국 내에서 생산된다. 매출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은 애플에게 중요하다. 애플은 작년 중국에서 680억달러를 벌었는데, 이는 연간 매출의 19%다.

그동안 애플은 다른 나라에서는 하지 않는 행동을 중국에서 해왔다. 지난 5월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자체 원칙을 깨고 중국 아이폰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데이터를 중국 당국 측에 고스란히 넘겼다”고 보도했다. 2017년 6월부터 시행된 중국의 사이버안보법에 따라 중국 아이폰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데이터를 중국 정부 소유 기업의 서버에 저장한 것이다. 애플은 또 암호화된 고객 데이터를 풀 수 있는 ‘디지털 키’도 해외가 아닌 중국 내에 남겼고, 고객 데이터의 법적 소유권도 중국 당국에 넘겼다. 사용자 정보 보호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애플이 중국에서는 당국의 검열과 감시에 적극 협력한 것이다.

애플은 중국 당국에 협력하면서 사업적 이익을 챙겼다. 올 3분기 애플은 중국에서 145억63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1년 전(79억4600만달러)의 2배 수준이다. 지난달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2%를 기록하며 6년만에 중국 현지 업체들을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