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더핑크퐁컴퍼니 본사에서 만난 이승규(왼쪽부터), 김민석, 손동우 공동창업자는 “올해 사명을 바꾸고 새로운 인간 캐릭터를 선보여 온 가족이 즐기는 콘텐츠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박상훈 기자

“유·아동 뿐만 아니라 10대와 부모님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100년 이상 이어지는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으로 진화하겠습니다.”

‘핑크퐁과 아기상어’로 유명한 더핑크퐁컴퍼니(옛 스마트스터디, 이하 핑크퐁컴퍼니)가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핑크퐁컴퍼니 본사에서 만난 김민석·이승규·손동우 공동창업자 3인은 최근 사명을 바꾸고 새 캐릭터를 선보인 것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민석 대표는 “기존 유튜브 영상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를 타깃한 웹툰, 웹드라마,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 사업을 펼쳐갈 것”이라고 했다.

◇”100년 가는 캐릭터 만들 것”

2010년 삼성출판사 3세인 김민석 대표가 게임사 넥슨에서 함께 일하던 이승규, 연세대 후배 손동우와 함께 세운 핑크퐁컴퍼니는 지난 11년간 전 세계 164국, 9000만명이 500억번을 넘게 본 캐릭터 IP(지식재산권)를 가진 대표적인 콘텐츠·캐릭터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1월에는 아기상어 영상이 유튜브 최초로 조회 수 100억회를 달성하기도 했다. 노란색 아기상어와 분홍색 여우 핑크퐁은 전 세계 아이들의 친구로 자리 잡았고, 시장에서는 이미 핑크퐁컴퍼니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510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중 해외 매출 비율이 80%로 추산된다.

핑크퐁컴퍼니는 올해 10대 여학생 캐릭터인 시드를 통해 웹툰·웹드라마 시장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핑크퐁컴퍼니

이승규 부사장은 “핑크퐁과 아기상어를 보던 아이들이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있다”며 “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와 콘텐츠를 계속 만들겠다”고 했다. 핑크퐁컴퍼니는 우선 캐릭터의 종(種)을 다양화한다. 1~3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분홍 머리의 아기 캐릭터 베베핀(가칭)과, 분홍 긴 머리를 지닌 10대 여학생 캐릭터 시드를 선보인다. 김 대표는 “10년간 관찰해보니 1~3세 영유아는 동물보다 사람을 더 잘 알아보더라”며 “흥겹고 빠른 아기상어 영상과 달리 베베핀은 느긋하고 순한 사람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 영상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여학생 캐릭터는 10대가 좋아하는 음악과 웹툰, 웹드라마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 웹툰 ‘재혼 황후’로 유명한 콘텐츠 제작사 엠스토리허브와 합작법인을 최근 설립했다. 김 대표는 “나중에는 핑크퐁과 이들 캐릭터의 스토리를 연결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핑크퐁컴퍼니는 2019년 유망 캐릭터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관련 분야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자회사 ‘스마트스터디벤처스’를 설립했다. 스마트스터디벤처스는 이번 달까지 450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핑크퐁과 아기상어를 이을 신사업과 캐릭터 IP를 발굴할 계획이다.

숫자로 보는 핑크퐁컴퍼니

◇전 세계 아이들 일상에 스며든 핑크퐁

핑크퐁컴퍼니의 성장 전략은 ‘일상생활 모든 곳에 스며든다’이다. 국내외 500여 기업과 총 1000여 건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극장·햄버거·치약·야구장·가전 등 우리 삶 곳곳에 아기상어와 핑크퐁을 침투시켰다. 김 대표는 “플랫폼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에서 잘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콘텐츠에 집중했다”면서 “콘텐츠를 트렌드 변화와 플랫폼 특성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노하우”라고 했다. 손동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리는 새로운 기기나 플랫폼이 나올 때마다 사업을 확장해왔다”며 “아이폰이 나왔을 땐 앱을 만들었고, 인터넷 TV와 AI 스피커가 인기를 끌 때는 가정용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이후에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로 승부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핑크퐁과 아기상어를 100년 가는 캐릭터 IP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공격적인 라이선스 사업과 공연·웹툰·드라마·음원·NFT 등으로 캐릭터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는 것 모두 열두 살 핑크퐁을 미키마우스처럼 세기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는 “5~10년 가기 위해 TV 시리즈를 하고, 그 뒤 캐릭터 물품이 생활 곳곳에 많이 깔리면서 녹아들면 결국 100년 가는 캐릭터가 된다”고 설명했다.

창업자 3인은 인터뷰 내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디즈니처럼 테마파크, 크루즈도 해볼 수 있겠고요. 아기상어 노래가 나오는 자율주행 유모차도 괜찮을 거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