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송윤혜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갤럭시S22′를 선보이면서 기본 모델의 화면 크기를 처음으로 줄였다. 앞선 S20, S21 모두 6.2인치였는데 이를 6.1인치로 작게 만든 것이다. 삼성이 2010년 갤럭시S를 처음 선보인 이래 기본 모델의 화면을 줄인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은 뚜렷한 설명을 하지 않지만, 업계에선 “아이폰을 의식한 행보”란 말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6.1인치는 애플이 아이폰 XR부터 11·12·13모델에 이르기까지 4년간 고수해온 크기다. 삼성이 화면 크기를 줄이면서 갤럭시S22의 화면 비율(19.5:9)도 아이폰과 동일해졌다. 또 모서리를 둥글게 유지해왔던 갤럭시 뒷면을 평평하게 만들면서, 소위 ‘깻잎 통조림’이란 별명이 붙은 아이폰의 각진 디자인과 더 유사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싸우며 닮아가는 갤럭시와 아이폰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이 점차 닮아가고 있다. 두 업체는 10년 넘게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놓고 다퉈 온 경쟁자지만, 필요할 땐 제품 디자인부터 디스플레이, 소소한 기능에 이르기까지 상대의 장점을 빠르게 취하는 유연한 모습도 보인다.

세계 스마트폰 업계 2위인 애플도 삼성 갤럭시를 닮아가고 있다. 아이폰은 그간 화면 윗부분이 움푹 파인 ‘노치(notch)’ 디자인을 고수해왔다. 특유의 모양 때문에 ‘M자 탈모’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스마트폰 업계에선 애플이 올 하반기에 내놓을 ‘아이폰14′ 시리즈에선 노치 디자인을 포기하고, 삼성처럼 카메라 구멍 하나만 남기는 ‘펀치홀(punch-hole)’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전문가로 통하는 대만의 궈밍치 애널리스트를 비롯해 애플인사이더, 맥루머스 등 IT 전문 매체들도 이 같은 예측과 함께 펀치홀 디자인이 적용된 예상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또 기다란 줄기가 달린듯한 모양으로 ‘콩나물’이라 불렸던 애플의 이어폰 ‘에어팟 프로’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애플이 에어팟 프로 차기작엔 줄기(stem)를 없앤, 작은 모양의 디자인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올해 말쯤 출시될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콩나물에서 줄기가 사라진 ‘콩’ 모양은 삼성 이어폰 ‘갤럭시 버즈’의 상징이다.

서로 닮아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장점이 희석되기도 한다. 애플이 지난 2020년 ‘친환경’을 이유로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주지 않겠다고 밝히자, 삼성은 소셜미디어에 이를 비꼬는 글까지 올렸지만 이듬해 슬그머니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또 갤럭시의 강점이었던 추가 저장공간을 늘릴 수 있는 ‘SD카드 삽입구’ 역시 결국 아이폰처럼 없앴다.

◇남은 것은 ‘삼성페이’와 ‘애플의 AP’

이제 두 모델의 뚜렷한 차별점으로 남은 것은 갤럭시의 ‘삼성페이’, ‘통화 중 녹음’ 기능과 아이폰의 두뇌 역할 반도체인 ‘고성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디자인’ 정도다. 삼성과 애플이 각자의 진영에 팬(fan)들을 꼭 붙들어둘 수 있는 핵심 록인(lock-in) 전략이기도 하다. 양사는 이 장벽을 허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오고 있지만 좀처럼 극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플도 국내에 ‘애플페이’를 도입하기 위해 카드사와 협상을 벌여왔지만 별도 단말기 설치 및 비용 부담, 수수료 문제 등으로 불발됐다. 삼성도 아이폰이 자체 설계한 AP 성능을 뛰어넘기 위해 자체 AP인 ‘엑시노스’ 개발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성능과 수율(收率·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면에서 아직은 역부족이란 평가를 받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