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을 하는 블록체인 업체들이 최근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개발자뿐 아니라 변호사·컨설턴트·공무원 등 그동안 블록체인 분야와 별 관련이 없던 직군도 이직 대열에 합류했다. 각 기업은 고연봉과 스톡옵션은 물론 현금화할 수 있는 가상화폐까지 내걸며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호텔 월드 패밀리스위트룸. / 호텔롯데

블록체인 업체 네오플라이는 지난 21일 블록체인 개발자 채용 공고를 내고 인센티브 한도를 아예 없앴다. 보통 기본급의 몇백%로 인센티브 제한을 뒀던 것과 달리 성과에 따라 수십억원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입사가 확정되면 5성급 호텔 스위트룸 3박 4일 숙박권도 준다. 지난해 말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선언한 컴투스도 최근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세 자릿수 대규모 채용에 나섰다. 네이버·카카오·라인 등 국내 유명 IT 기업들도 대규모 블록체인 개발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변호사·컨설턴트·공무원까지…인재 블랙홀 블록체인

변호사·컨설턴트·공무원·뱅커 등 다양한 직종에서도 블록체인 기업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가상화폐와 NFT 등 핵심 분야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자 기업들이 대관·법무·재무 관련 인력을 대거 스카우트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 소속 사무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으로 이직했고, 금융감독원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부국장은 업비트로 이직했다. 가상화폐 운용 스타트업인 하이퍼리즘은 최근 사내변호사와 CFO(최고재무책임자)로 법무법인 태평양, 모건스탠리 출신 인력을 채용했다. 오상록 하이퍼리즘 대표는 “기존 금융 업계에서 블록체인 업계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진 게 느껴진다”면서 “우리뿐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도 경쟁적으로 고위급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했다.

◇스톡옵션 지급, 인센티브 한도 없애…공무원 출신은 로펌 통해 우회 영입

경쟁이 심해지면서 로펌을 통한 ‘우회 영입’도 성행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공직에서 바로 이직을 하면 금세 소문이 난다”며 “로펌으로 이직한 뒤, 거래소에 자문 파견 형식으로 일하는 게 요새 트렌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