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AP 연합뉴스

“그가 노리는 것은 대체 뭘까.”

최근 세계 최고 부자이자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의 행보를 놓고 테크 업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머스크는 11일(현지시각)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새로운 신고서를 제출하며, “투자 목적으로 트위터 주식을 보유한다. 수시로 트위터 주식을 추가 취득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고 신고했다. 또 그는 “제한없이 트위터의 잠재적인 사업 결합 및 전략적 대안, 사업 운영, 자본구조, 지배구조, 경영 전략 등에 대해 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 전인 10일(현지시각)엔 트위터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 9.2%를 매입해 최대 주주가 된 후 트위터 이사회에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번복한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주말 자신의 트위터에 트위터의 유료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 관련 글을 여러 차례 남겼다. 그는 “블루의 월 요금제가 2달러 이하여야 하고, 블루 구독자는 특별한 인증 표식을 줘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또 “미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 사무실에 아무도 출근을 하지 않으니 이것을 노숙자 쉼터로 활용하면 어떻느냐”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0일 이사회 불참을 선언하며,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던 이러한 글들을 일괄 삭제했다.

트위터. /AP 연합뉴스

◇트위터 완전 인수 위해?

머스크가 트위터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도 “(머스크의) 이 선택이 최선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을 뿐이다.

테크 업계에선 하루 간격으로 급변하는 트위터에 대한 머스크의 의중을 해석하느라 분주하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머스크가 더 자유로운 트위터 경영 개입을 위해 이사직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트위터는 머스크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며 임기 2년, 이사로 있는 기간 중 트위터 주식의 14.9%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는 조건을 걸었다. 머스크가 이 조건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더 많은 트위터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이사직을 거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 최고 부자인 머스크는 마음만 먹으면 트위터 지분 50% 이상을 매입해 트위터를 자기 회사로 만들 수 있다.

머스크의 이러한 행보는 기존 대주주의 행보와는 다르다. 헤지펀드·사모펀드 자문로펌인 슐츠로스앤드자벨의 주주행동주의그룹 엘레 클라인 공동의장은 “이것은 우리가 예전에 봐온 주주행동주의가 아니다”며 “일론 머스크는 사람들이 전에 했던 것을 따라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미로 트위터 개입하나?

테슬라와 스페이스X 경영으로도 바쁜 머스크가 트위터 경영에 직접 개입할 여력이 없어 이사직을 포기했다는 분석도 있다. 트위터는 가짜뉴스 문제 등으로 인해 미 정부가 노리는 제재 대상 기업 중 하나다. 머스크가 굳이 이러한 기업 이사직으로 나서 책임감있게 회사를 이끄는 수고를 할 생각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대주주가 되면 트위터 정책과 핵심 서비스에 대해 외부에 자유롭게 발설하는 것에 제약이 생긴다. 블룸버그는 “머스크는 트위터라는 기업을 책임감 있게 이끄는 것보단, 자신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는 모습을 원할 뿐”이라고 분석했다.

머스크의 행동에 트위터는 ‘멘붕’을 겪고 있다. 트위터의 아그라왈 CEO는 머스크의 경영 개입으로 초래될 혼란을 암시하는 듯, “앞으로 주의산만한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한 트위터 직원은 블룸버그에 “(머스크 리스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아르주나캐피털의 나타샤 램 매니징 파트너는 “머스크는 트위터를 그의 의견을 드러내는 곳으로 사용하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이것이 그에게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