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매 분기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웠던 빅테크의 실적이 흔들리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지속되고, 인플레이션의 압박으로 판매와 광고 매출이 감소하면서 폭발적이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과 아마존은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친 1분기 실적을 내놨고, 애플처럼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은 빅테크들도 올 2분기엔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아마존 7년 만에 첫 분기 손실 충격

28일(현지 시각) 아마존은 2015년 이후 7년 만의 첫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매출은 작년 1분기보다 7.3% 늘어난 1164억4400만달러(148조3000억원)로 집계됐는데, 2001년 닷컴 붕괴 이후 최저 성장률이다. 아마존은 투자한 전기차 업체 리비안의 주가가 폭락하며 38억4400만달러(4조9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클라우드(가상 서버)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는 1년 전보다 매출이 36.6% 늘며 선전했지만, 온라인 판매와 광고 매출이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아마존 주가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8.99% 폭락했다.

올 1분기 빅테크 실적

앞서 지난 26일에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놨다. 매출은 작년 1분기보다 23% 늘어났지만 순이익이 8.3%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광고 비즈니스 성장이 주춤했는데, 특히 유튜브 광고가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 같은 요인이 기업들의 광고 지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 메타(페이스북)의 성적표도 변변치 않았다. 1분기 매출 성장률은 2012년 메타가 기업공개(IPO)를 한 후 최저인 7%에 그쳤고,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1% 감소했다. 그나마 직전 분기 감소했던 페이스북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다시 늘어나며 체면치레를 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1분기에도 굳건한 실적을 냈다. MS의 1분기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8% 증가했고, 순이익도 8% 늘었다. 클라우드 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전체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빅테크 실적 2분기 더 나빠진다

빅테크들은 올 2분기가 더 걱정이다. 코로나 수혜가 사라지고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난이 더 심해지면서 사업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28일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공개하면서, “올 2분기엔 공급 제약으로 인해 40억~80억달러(5조~10조2000억원) 규모의 매출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혀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2% 넘게 하락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은 공급망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백신을 맞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마존도 2분기 매출 성장률이 1분기보다 낮은 3~7% 사이가 될 것이라고 했고, 메타도 2분기 예상 매출액을 시장 예상치(307억달러)보다 낮은 280억~3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스 포랏 구글 알파벳 CFO(최고재무책임자)은 “1분기 실적에 타격을 입힌 악재들이 2분기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일각에선 빅테크들의 향후 실적을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 1~2분기 빅테크들의 성적이 주춤하지만 이는 코로나 팬데믹 수혜를 받으며 로켓 성장하던 것에서 벗어나 예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 빅테크의 이익이 일시적으로 감소하겠지만 장기적으론 성장세가 굳건할 것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