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중국 베이징 한 주택단지에 설치된 철제 바리케이드 구멍을 통해 마스크를 쓴 행인들이 봉쇄된 단지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로 코로나(淸零)’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은 지난 3월 말부터 상하이를 봉쇄했고, 지난달 말부터 수도 베이징의 일부 지역에도 봉쇄령을 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애플 노트북인 맥북의 절반 이상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콴타컴퓨터는 한 달 넘게 중국 상하이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3월 28일 상하이 봉쇄령이 내려져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가 지난달 15일부터 부분 가동을 재개했지만, 현재까지 공장 직원 4만명 가운데 6000여 명만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콴타 생산 중단 사태로 애플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상하이 봉쇄령으로 콴타처럼 생산에 차질을 빚은 애플의 부품·조립 업체는 31곳에 달한다. 직간접적으로 봉쇄 영향을 받은 상하이 인근 지역인 장쑤성(79곳), 저장성(7곳)의 업체들까지 합치면 117곳이다. 미국의 투자회사 루프펀드의 조사에 따르면 애플 제품의 85%가 중국에서 조립된다.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인해 2분기 애플 주요 제품 출하량이 30∼40% 급감할 수 있고, 대체 공급처를 구해도 출하량의 15∼25%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일 한국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PC 제품 상당수의 배송 소요 기간을 1~2개월로 안내하고 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달 28일 콘퍼런스콜에서 공급망 차질로 2분기 매출액이 최대 80억달러(약 10조2000억원) 줄어들 수 있다고 밝히면서, 그 원인으로 공급망 차질을 꼽았다. 분기 매출의 10분의 1이 상하이 봉쇄로 날아가게 생겼다는 얘기다.

◇상하이 봉쇄가 일깨운 차이나 리스크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한 달 넘게 인구 2500만 대도시 상하이를 봉쇄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의 피해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상하이는 연간 자동차 283만대를 생산하는 중국 제2의 자동차 생산 기지다. 이번 봉쇄 여파로 미국 테슬라, 독일 폴크스바겐, 일본 마쓰다 등 해외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들이 줄줄이 멈췄다가 지난달 하순부터 부분 재가동에 들어갔다. 블룸버그통신은 “한 달 넘게 가동을 중단한 공장들이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을 회복하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특히 테슬라는 2주치 부품 재고만 보유하고 있어 협력 업체들로부터 부품 납품이 원활하지 않으면 또다시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공장들이 가동을 재개해도 인력 확보는 또 다른 숙제다. 중국 반도체 인력의 40%인 20만여 명이 몰려 있는 상하이에서는 반도체 공장들이 격려금까지 지급하면서 인력을 불러 모으고 있다고 대만 매체들이 보도했다. 대만 TSMC는 상하이 봉쇄령 이후 현지 공장 인력 2000명에게 침구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3M·바스프·듀폰 등 기업의 생산시설은 근로자 확보와 관리 등의 어려움으로 일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 아모레퍼시픽 등 상하이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도 피해가 커지고 있다. 농심은 3월 28일 봉쇄 이후 지난달 중순까지 상하이 공장을 멈춰 세우고 재고 제품을 팔거나 중국 선양공장 생산을 늘려 수요에 대처했다. 중국에서 상하이에만 공장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1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에 보내 판매하고 있다.

◇탈(脫)중국 고민하는 빅테크

상하이 봉쇄 여파로 일부 외국 기업들은 탈중국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었는데 중국 코로나 봉쇄가 생산 기지 이전을 부추기고 있다”며 “베트남과 인도가 애플의 공급망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핵심 협력 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제2의 생산 기지로 육성 중인 인도는 가장 주목받는 중국의 대체 국가다. 올해 중국의 공급망이 불안한 상황에서 1분기 폭스콘 인도 공장의 아이폰 13 생산량은 작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인도는 특히 인건비와 토지비가 중국보다 싸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IT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치솟는 인건비와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작년 말부터 일본 캐논(카메라), 브리지스톤(타이어) 등 주요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축소하고 있다”면서 “상하이 봉쇄가 글로벌 기업의 중국 철수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