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이 중국 홍보 포스터에서 인기 배우 치웨이를 내세웠다. /펄어비스

국내 게임 회사 펄어비스 주가가 최근 추락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을 넘고 중국에서 정식 출시한 ‘검은사막 모바일’ 흥행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 탓이다.

지난 4일 펄어비스 주가는 6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6일(9만8000원) 이후 8일 만에 33% 폭락했다. 시가총액은 4조3375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5조원가량 증발했다. 펄어비스는 주가 하락을 막으려 오는 11일 자사주 200억원어치를 매입해 소각할 예정이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출시는 펄어비스 주가의 최고 호재로 여겨졌다. 언론에서는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서 판호(허가증)를 받아 서비스하는 첫 게임으로 검은사막 모바일을 주목했다. 증권가에서도 과거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넥슨(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크로스파이어), 위메이드(미르의 전설 2)처럼 검은사막 모바일도 출시하면 곧바로 앱 장터 5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5일 검은사막 모바일은 애플 앱 장터 매출 순위 90위권에 머물렀다. 인기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검은사막 모바일이 다른 국산 게임들보다 요금 부과 요소가 적고, 사전 홍보를 자제한 것이 초반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게임 굴기’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시장이 다시 열려도 한국 게임들이 과거처럼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지난 10년간 한국 게임을 모방하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자본이 한한령에 이은 새로운 장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매출 3위에 오른 중국 게임 원신은 개발 비용이 1억달러(약 1260억원)가 넘는다. 개발자 600명을 동시에 투입해 완성했다.

반면, 한국 게임 회사들은 개발자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주요 상장 게임사들은 지난 2년간 인재들을 붙잡으려 인건비를 올리면서 재정 부담이 커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사는 중국 한한령 해제를 기대하기보다 먼저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