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토어 로고

SK의 ICT(정보통신기술) 중간지주 회사 SK스퀘어의 자회사인 앱 마켓 기업 원스토어가 손바닥 뒤집듯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IPO 일정은 기업 내·외부 사정에 따라 당연히 조정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스토어를 보면 좀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올 초부터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자 IPO 시장이 많이 위축된 상황이었습니다. IPO를 추진하던 SK스퀘어의 또 다른 자회사 SK쉴더스(보안전문업체)는 지난 6일 상장 일정을 미루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 이재환 원스토어 CEO(최고경영자)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IPO 강행 의지를 밝혔습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상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 (SK쉴더스의 상장 철회는) 굉장히 안타깝지만, 우리와 전혀 업(業)이 다르다”며 명쾌하게 답했습니다. 이어 “증시 상황이 어려울 때 옥석이 가려지는데, 우리가 ‘옥’”이라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어려운 시장 상황이지만 상장을 밀고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9~10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이 예상한 희망 공모가가 2만원대로, 회사 측이 생각한 가격대(3만4300~4만1700원)에 한참 못 미치자 상장 일정을 취소해버린 것입니다.

회사 측은 상장 철회 입장문에서 “지난 수개월간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상장을 철회하고 앞으로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에게 주식을 배정하지 않았고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실시 전이므로 투자자 보호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원스토어가 고민 끝에 상장 철회라는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하지만 CEO까지 나서 ‘우리는 다르다’고 공언한 지 이틀 만에 말 바꾸는 모습에 대해서는 어느 투자자도 동의하지 못할 겁니다. 기업은 신뢰입니다. 원스토어는 IPO를 통해 조달하려는 자금보다 상장 철회 말 바꾸기로 잃게 된 무형의 신뢰가 더 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