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코로나발(發) 디지털 열풍 속에서 테크 업계의 밝은 미래를 상징했던 손정의가 1년 만에 금리 상승, 투자자 이탈, 중국 규제 충격파를 맞으며 테크 업계 현실을 드러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6일(현지 시각)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1년 만에 위기에 놓였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소프트뱅크는 2021회계연도(지난해 4월~올해 3월)에 창사 이래 최대인 1조7080억엔(약 17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4조9880억엔(약 49조원) 흑자를 낸 기업이 1년 만에 추락한 것이다. 주로 유망 테크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소프트뱅크는 투자기업 평가손익을 반영해 실적을 발표하는데, 시장이 출렁이면서 실적도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실적 급락은 손 회장이 이끄는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 주가가 폭락한 탓이다. 디디추싱·알리바바 등 중국 테크 기업 주가는 중국 당국의 규제 영향으로 폭락했고, 미국의 금리 인상과 공급망 혼란으로 전 세계 기술주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쿠팡 주가는 지난해 상장 첫날 종가인 49달러보다 73% 폭락한 13.06달러(18일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손 회장은 실적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내년 3월까지 계획돼 있던 스타트업 투자를 전년의 25~50% 수준으로 대폭 줄이겠다고 했다.

소프트뱅크는 그동안 투자했던 자산의 현금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 시장이 침체하면서 투자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도 호텔 스타트업인 오요를 오는 10월 상장해 11억달러를 조달하려 했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조달 자금 목표를 줄이거나 아예 상장을 연기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나 등 다른 투자사 상장 일정도 소문만 무성할 뿐 확정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는 보유자산 가치를 담보로 일본 대형 은행에서 막대한 자금을 대출받아 투자에 나섰는데, 자산 가치가 폭락하면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한 해 큰 상처를 입은 소프트뱅크가 더 큰 고통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