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뉴스1

삼성전자가 2일 반도체연구소를 중심으로 30여 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철이 아닌데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임원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영진단과 시스템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450조원 투자 발표 이후 삼성 수뇌부가 조직 쇄신의 고삐를 죄는 것으로 해석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급)을 교체하는 등 연구소 중심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로 메모리, 파운드리사업부 등 임원 30여 명이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부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만 10여 명이다. 동시에 연구소 내에 ‘차세대연구실’이란 미래 먹거리 조직도 신설했다.

이번 이례적 인사와 조직 개편은 최근 진행된 파운드리사업부 경영 진단의 후속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파운드리사업부 주요 임원들이 상당수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대신 선행 조직인 반도체연구소에 인사가 집중됐다. 반도체 연구소는 메모리, 시스템반도체의 차세대 기술을 한발 앞서 연구하며 사업부의 미래 먹거리를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조직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선 제조기술센터장이 교체됐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은 반도체 실적에 비해 주가 등 시장 평가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구소장까지 이례적으로 교체한 것은 미래 준비가 소홀했다는 진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반도체에서 2030년까지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을 밝혔으나, 현재 삼성 내부에선 사실상 달성이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점유율 52.1%)와 2위 삼성전자(18.3%) 간 격차가 워낙 큰 데다, TSMC 역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격차를 좁히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은 메모리반도체에서 번 돈을 시스템반도체에 집중 투자하고 있지만 수율(收率·생산품 대비 양품의 비율) 부진, 납기 지연 등 여러 문제에 맞닥뜨린 상태다. 최근 패트릭 겔싱어 CEO(최고경영자)가 방한한 인텔과의 파운드리 협력설도 나오지만, 현재 삼성은 생산 설비 부족 등의 문제로 추가 수주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수뇌부가 대규모 투자 발표 직후 조직에 메스를 대면서 조직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