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에 목숨을 걸라”고 강조한 이후 전 부처가 ‘반도체 특명(特命)’ 수행에 나선 가운데,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속이 타들어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한국이 17년간 세계 1위를 지켜온 국가 핵심 산업이지만 지난해 중국에 선두를 뺏긴 데 이어 정부 지원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13일 디스플레이 업체의 한 임원은 “올해 1월 통과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도 디스플레이는 빠졌다”면서 “특히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인재풀이 겹쳐 앞으로 인재 채용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국제 디스플레이 학회 전시회 ‘SID 2022′에서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대 97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는데, 중국 BOE도 95인치 제품을 나란히 내놔 업계가 놀라는 사건이 벌어졌다. 아직 양산(量産) 단계에 이르진 못했지만, 중국이 초대형 OLED 디스플레이를 공식 행사에서 처음 선보였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CD에 이어 OLED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넘어서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41.5% 점유율(금액 기준)로 한국(33.2%)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이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을 제치고 2004년 처음 1위에 오른 지 17년 만에 정상을 내준 것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 기술 인재를 잇달아 영입하며 쌓은 기술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도 반도체 못지않게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수적인 사업인 만큼, 정부의 세제 혜택 등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인재 채용도 큰 고민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앞으로 10년간 7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협회 산업정책본부장은 “디스플레이 제작 공정과 반도체 공정의 기초 기술이 비슷하다 보니,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처우가 좋은 반도체 쪽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정책에서 반도체 인재 육성만 유독 부각되는 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삼성·LG가 최근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KAIST 대학원에 채용 연계형 디스플레이 인재 육성 과정을 신설하며 시급히 인재 확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