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각) 미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시스코 라이브 키노트 행사에서 척 로빈스 시스코 회장 겸 CEO가 무대에 올라 시스코의 신제품과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김성민 기자

14일(현지 시각) 오전 8시 30분 미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내 미켈롭울트라 아레나. 세계적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의 연례 콘퍼런스 ‘시스코 라이브 2022′ 현장은 콘서트장 같았다. 중앙에는 커다란 원형 무대 2개가 자리 잡았고, 무대 주변 임시석까지 합쳐 1만6000여 좌석은 빈 자리가 없었다. 천장엔 형형색색 조명이 번쩍였고 크레인 같은 구조물 끝에 카메라가 달린 ‘지미집’도 움직였다. 시스코 라이브가 오프라인으로 열린 것은 3년 만이다.

척 로빈스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는 무대에 올라 “코로나 팬데믹 등 위기의 시기에 기술은 더욱 발전했다”며 “우리가 서로 연결되며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는 연결과 통합, 하이브리드의 시대라는 것이다.

시스코는 일반인에게는 친숙하지 않지만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업체다. 네트워크 장비, 보안, 클라우드(가상 서버) 관리 설루션 등의 제품을 내놓는 시스코는 최근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시스코의 화상회의 설루션 웹엑스가 포드 머스탱 전기차에 적용된 모습. /시스코

◇클라우드 기반 연결과 통합에 주목

세계 각국에서 온 개발자와 애널리스트, 미디어, 파트너사 관계자 앞에서 시스코는 클라우드 기반 연결과 통합을 강조했다. 이날 화상통화를 통해 무대에 등장한 미국 포드의 짐 팔리 CEO는 “전혀 다른 업종인 포드와 시스코가 협업해 차량을 소유하고 운전하는 경험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코는 지난 3월 화상회의 설루션인 ‘웹엑스’를 포드 전기차에 탑재한다고 밝혔다. 이 설루션은 움직이는 차 안에서도 화상회의를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지원한다. 시스코와 포드는 이러한 관계를 확대해 차량과 차량, 도시가 연결되는 커넥티드카 개발에도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시스코는 애플의 자동차용 인터페이스인 카플레이와 연계, 웹엑스를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기능도 공개했다. 집에서 컴퓨터로 웹엑스 화상회의를 하다가 아이폰으로 QR 코드를 찍으면 아이폰에서 회의가 자동 연결된다. 자동차에 타서 유선으로 아이폰과 차를 연결하면 진행하던 회의가 차량 대시보드에 나타난다.

시스코는 또 여러 개 네트워크와 클라우드를 통합해 사용자들이 한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는 툴(도구)도 내놨다. 로빈스 시스코 CEO는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은 예측 불가능하고 기업들이 사용하는 IT 서비스는 더 많아졌다”며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술과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통합 설루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이브리드 근무 위한 AR 홀로그램 기능도

시스코는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겨냥한 다양한 하이브리드 근무 기능도 내놨다. 시스코가 전시한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화상회의 설루션 ‘웹엑스 홀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미션 파서블: 홀로그램 기반 3D 몰입형 협업’이라 쓰인 좁은 공간에 들어가 AR 헤드셋을 꼈더니 눈앞에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의 얼굴이 보였고 ‘연결하겠습니까’라고 묻는 팝업창이 떴다. 허공에 손을 뻗어 버튼을 눌렀다. 시스코 직원은 “이를 통해 사람들은 아바타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풍부한 교류를 할 수 있다”며 “AR을 통해 물건을 보며 회의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영상을 녹화하고 AI(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활용해 쉽게 내용을 편집할 수 있는 비디오 메시지 기능 ‘비드캐스트’도 관람객의 주목을 끌었다. 제작한 영상의 음성이 자동으로 인식돼 대본으로 만들어지고, 사용자가 대본에서 특정 단어를 수정하면 동영상과 음성에서도 자동으로 해당 부분이 바뀐다. 음성·영상 변환 기술이다. 시스코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세계 각국 시간대에 맞춰 화상회의를 하는 직원들이 회의를 하려고 새벽에 깨어있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미리 영상을 녹화하고 적절히 수정해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스코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에 대한 비전도 밝혔다. 재퀴 기첼라르 시스코 CIO(최고 정보 책임자)는 “3~5년 안에 모든 것이 연결된 메타버스가 도래한다고 보진 않지만, 메타버스로 인해 네트워크, 첨단 컴퓨팅, 운영체제, 인터페이스, 앱이 배포되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