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택시 호출시장 점유율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달 중순 매각설이 나온 직후, 결사 반대를 외쳤던 임직원들 사이에서 ‘매각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IT 업계에서는 카카오 노조가 지난달 27일 김성수 카카오 의장을 만나 면담한 것을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그룹 관련 사안을 총괄하는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장을 겸직 중인 김 의장은 당시 ‘카카오가 계속 모빌리티 사업을 한다면, 상장을 당분간 연기하고 사업 확장을 자제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면담 직후 노조는 예정됐던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침묵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가 사내 여론 변화 기류를 느끼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1인당 최소 3억원 이상 스톡옵션을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로서는 매각이든 상장이든 조속히 이익을 실현하고 싶을 것”이라며 “다만 8조5000억원에 달하는 비싼 몸값이 매각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상장도 막히고, 성장도 어렵고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카카오모빌리티 인수를 위해 카카오와 협상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1대 주주인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 57.5% 중 40%를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거론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는 8조5000억원에 달한다. 40%를 인수한다고 해도 3조4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올해 상장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호출 수수료 인상과 대리운전·퀵서비스·택배 등 사업 확장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낳았고, 결국 김범수 창업자가 그해 국정감사에 세 번이나 출석해 사과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 카카오식 자회사 줄상장 전략도 비판을 받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 주식 시장까지 얼어붙자, 결국 상장 대신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내부에서도 “외부 눈치를 보느라 모빌리티 분야에서 더 이상 공격적인 확장을 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와 과도한 확장 논란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분 매각 후 최소 3조4000억원의 현금을 챙길 수도 있으며, 카카오모빌리티 산하 20여 개 계열사까지 정리돼 그룹 전체 계열사 수가 대폭 줄게 된다. 하지만 7년간 개척해온 모빌리티 사업을 매각해버리는 것도 뼈아픈 일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매출 5464억원에 손익 분기점을 넘겼다.

◇첩첩산중 매각 시나리오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방식으로는 사업부별 분할매각과 통매각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IT 플랫폼 사업은 서비스별로 떼어 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인수 후보인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한 뒤 7년간 점포 18곳을 팔아 현금 3조원가량을 유동화했다. 하지만 IT 플랫폼에서는 이런 식의 쪼개 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호출·대리·주차·항공권 같은 서비스는 카카오 지도와 플랫폼 기반으로 촘촘히 엮여있어 따로 떼어 팔면 경쟁력이 없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몸값도 걸림돌이다. 이전 국내 테크업계 인수합병 중 가장 컸던 배달의민족(4조7000억원)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요 주주인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과 TPG는 카카오가 지분을 팔 경우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도 팔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MBK가 이들 지분을 모두 매입할 경우 필요한 자금이 6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부담을 느낀 MBK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를 6조원까지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카카오가 난색을 표하며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