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와 생활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가운데,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불황형 서비스와 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입던 옷을 최대 40% 가격에 되사주는 쇼핑몰이 등장하는가 하면, 선물로 받은 커피·아이스크림 기프티콘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파는 온라인 쇼핑몰도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40대 이상에서는 운동도 하고 돈도 버는 ‘만보기’ 앱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본격 접어들면서 21세기형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입던 옷 40% 값에 되사줍니다 - 온라인 의류 쇼핑몰 시유어겐은 자사 몰에서 구매해 입던 옷을 최대 40% 가격에 매입해주고 있다. /시유어겐

◇불황형 ‘아나바다’ 서비스 속속 등장

‘다시 쓰자’는 패션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지난 6월 문을 연 온라인 패션 쇼핑몰 ‘시유어겐’은 사서 입던 옷을 반납하면 구매가의 최대 40%를 환급해준다. 소비자가 입다가 싫증난 옷을 중고 장터에 알아서 파는 방식이 아닌, 업체가 택배비도 받지 않고 매입해주는 방식이다. 시유어겐 관계자는 “구매 후 손이 안 가는 옷을 간편하게 반납하면 쇼핑몰에서 이용할 수 있는 현금성 포인트를 지급한다”며 “반납된 옷은 수선해 최대 4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도 자사몰 ‘코오롱몰’과 함께 의류 중고 거래 사이트 ‘오엘오 릴레이 마켓(OLO Relay Market)을 최근 열었다. 아웃도어 등 코오롱스포츠 중고 의류를 매입해, 최대 7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식이다. 중고 의류를 넘긴 소비자는 코오롱몰에서 의류를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받는다.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들도 중고 거래 업체에 투자하거나 매장을 여는 방식으로 중고 거래 활성화에 뛰어들었다.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은 다양한 방식의 ‘나눠 쓰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19일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서 ‘같이사요’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끼리 앱을 통해 생필품·과일 등을 대량으로 싸게 구매해 나누거나 배달 음식을 시킬 때 같은 아파트 주민들끼리 한꺼번에 받아 배달비를 아끼는 식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배달비 등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사용자들을 겨냥해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바꿔 쓰기’ 콘셉트를 내세우는 주얼리 쇼핑몰도 등장했다. 주얼리 판매 쇼핑몰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레이첼블루는 소비자가 제품을 한번 구매하면 1년 내 새 상품으로 바꿔준다. 실물 상품뿐 아니라 대출도 바꿔 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이후, 신용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대환 대출을 위한 금융 앱 이용이 늘어난 것이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대출 중개 앱 핀다는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54만명으로 지난 3월보다 39% 증가했다. 핀다 관계자는 “이율이 10% 이상인 중저 신용자 고객의 대환 대출 수요가 급증했다”고 했다.

◇짠테크 앱으로 돈도 번다

소소하게 돈을 아끼는 ‘짠테크’ 앱도 인기다. 기프티콘 거래 앱 니콘내콘은 지난달 기프티콘(상품 교환권) 구매율이 전달 대비 67.1% 늘어났다고 최근 밝혔다. 이 앱은 선물로 받았거나, 안 쓰는 기프티콘을 액면가보다 싸게 팔고 구매하는 장터 역할을 한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분야는 카페, 편의점, 치킨 순”이라며 “편의점 금액권 매출이 전년 대비 3.4배 늘어났는데, 도시락 같이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누적 다운로드 1800만건을 기록한 만보기 앱 캐시워크의 사용 시간도 늘어났다. 캐시워크는 1만보를 걸으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100캐시를 적립해주는 앱이다. 모바일인덱스 분석 결과, 지난 6월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920분으로, 3개월 전보다 7%가량 늘었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캐시워크 등 만보기 앱은 40대 이상 여성 이용자 비율이 가장 높다”면서 “많은 스타트업이 연령별 취향에 맞는 불황형 짠테크 서비스를 속속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