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트위터. /AF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SNS 업체 트위터의 법정 공방에 미 실리콘밸리가 들썩이고 있다. 트위터 인수를 놓고 오는 10월 벌어지는 재판에서 양측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과 자료를 얻기 위해 실리콘밸리 유명 인사들에게 무더기로 법정 출석 소환장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29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이 머스크와 트위터 재판에 끌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머스크와 트위터는 트위터 인수와 관련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머스크는 올 초 440억달러(약 59조원) 규모의 트위터 인수 계약을 추진했다가, 트위터 측이 제공한 가짜 계정 현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다. 트위터는 ‘당초 약속대로 회사를 인수하라’며 머스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10월 재판이 시작된다.

이번 사건은 다른 기업 소송에 비해 소환되는 규모가 크다.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머스크와 트위터의 재판에 출석 요구를 받은 사람은 트위터 이사회 구성원,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들, 유명 은행, 머스크의 친구와 측근 등이다. 규모가 100여명을 넘어선다. 로펌 라이트클로즈&바거의 래피 멜코니안 파트너 변호사는 “보통 유사한 소송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진 않는다”며 “하지만 머스크는 대부분의 기술 기업 경영진이 하는 것과는 다르게 회사를 운영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거리낌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이번 소송에 일반적인 경우보다 소환되는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엄청난 법적 요구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만들었고 이는 일류 로펌의 전성기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탈 앤드리센호로위츠의 공동창업자 마크 앤드리센 /조선DB

트위터는 전 스페이스X 이사회 멤버인 안토니오 그라시아스와 WWE 전 최고재무책임자 크리스티나 살렌, 머스크의 오랜 동료인 데이비드 삭스 전 페이팔 임원, 스티브 저벳슨 전 테슬라 이사회 멤버에 소환장을 보냈다. 또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돈을 빌려주며 투자하기로 한 마크 앤드리센 앤드리센호로위츠 벤처캐피탈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에게도 소환장을 보냈다. 트위터는 이들을 통해 머스크가 경기 침체로 개인 자산이 감소했기 때문에 트위터 인수를 꺼렸다는 주장을 입증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에게 법정 소환장을 받은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AFP 연합뉴스

머스크 측도 36명의 사람과 회사에 법정 출석을 요구했다. 지난 19일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에게 트위터 가짜 계정과 관련한 자료를 요구하며 법정 출석을 요구했고, 최근 트위터의 보안 시스템이 허술하다고 내부 고발한 피터 자트코에게도 소환장을 보냈다. 또 트위터의 재무 고문을 맡았던 골드만삭스와 JP모건에도 법정 출석을 요구했다.

트위터에 의해 법정 소환된 머스크의 친구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조 론스데일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약간의 비꼬는 말을 한 것 외에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지만 소환통보를 받았다”며 “이는 엄청나게 괴롭히는 낚시 원정과 같다”고 했다. 트위터가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소환해 그 중 하나를 낚으려는 것이라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