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앱 토스가 하반기에만 300여 명을 뽑는 대규모 채용에 나섰다. 간편결제·인터넷은행·보험·글로벌 등 9개 계열사에서 개발·제품·보안 등 24개 직군을 새로 뽑을 예정이다. 현재 전체 직원이 1800명 규모인데, 6분의 1에 달하는 인원을 채용하는 것이다. 토스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전체 채용을 3배 가까이 늘린 역대 최대 규모”라고 했다.

일러스트=김성규

올해 스타트업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구조조정과 폐업이 잇따르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채용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채용 트렌드는 작년 호황기 때와 차이가 있다. 지난해엔 화끈한 스톡옵션과 복지를 앞세워 개발자 확보 전쟁을 벌였다면 최근엔 개발자뿐 아니라 효율적인 조직·재무 관리를 위한 인력도 비중 있게 채용하고 있다. 밴처캐피털 관계자는 “최근 채용에 나선 곳들은 대규모 투자를 미리 유치했거나,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겪고 수익화에 나선 기업들”이라며 “이들이 불황기에 우수 인력 입도선매에 나서면서 스타트업계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불황에 채용 늘리는 스타트업, 이유 있었네

최근 적극적인 채용에 나서는 스타트업들은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거나 흑자 전환에 성공해 사업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곳들이다. 실제로 토스는 최근 10년 새 유례 없는 투자 혹한기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무려 53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매월 35만명씩 늘어나는 토스 월간 이용자수(현재 1400만명)와 은행·증권 같은 토스 신사업 성장성을 높게 산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는 올해 소상공인 매장결제 플랫폼(토스플레이스), 내년 신용평가(토스신용데이터) 사업 확장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수백억원대 투자를 받은 ‘알짜’ 스타트업들도 공격적인 채용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3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식당 예약앱 ‘캐치테이블’은 현재 40여 명 목표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의 전체 인원은 107명 정도다. 외화 송금앱 ‘센트비’도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자·마케터·고객관리 직군 등 두 자릿수 채용을 시작했다.

이미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거나 흑자를 내는 스타트업들도 불황기를 맞아 인재 ‘줍줍’을 시작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중 드물게 흑자를 내고 있는 대출 중개앱 핀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개발자 채용에 나섰다. 핀다 관계자는 “현재 임직원이 140명 정도인데, 연말까지 60여 명을 신규 채용할 방침”이라며 “핀테크 경험이 없어도 4년 이상 경력 개발자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웹사이트 구축 서비스 스타트업 ‘아임웹’도 올해 말까지 60명을 더 뽑을 계획이다. 현재 직원 규모가 100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60%를 더 뽑는 것이다.

◇'오직 개발자’에서 ‘인사·재무 관리’ 비중 늘려

최근 불황 속 스타트업 채용 트렌드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양새다. 올초까지만해도 ‘스톡옵션 대박’, ‘계약 보너스 지급’같이 수천만원 돈잔치와 복지를 앞세웠던 스타트업이 많았지만 지금은 이런 미사여구 없이 조용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스타트업이 몰려있는 강남~판교 일대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 지하철 역사 내 채용광고 경쟁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언제 상장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톡옵션으로 지원자를 끌어들이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라며 “스톡옵션을 주더라도 광고는 하지 않는 추세”라고 했다.

또한 ‘오직 개발자’ 기조에서 인사·재무 같은 관리직 직군 비중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말 경영난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은 오디오 방송 스타트업 스푼라디오의 최혁재 대표는 “확실한 수익 모델이 필수가 되면서,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인재 이탈을 막을 인사·재무·기획 직군을 강화하고 있다”며 “과거 개발자만을 압도적으로 우선 채용하던 때와는 다르다”고 했다. 스푼라디오는 최근 최고제품책임자·최고재무책임자 임원을 새로 영입하고, 연말까지 최대 30여 명을 새로 뽑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