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미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 차려진 삼성전자 '스마트싱즈 뮤직싱크' 부스 모습. 음악을 선택하면, 음악에 따라 조명과 공기청정기, 블라인드가 자동으로 조정된다. /김성민 기자

12일(현지시각) 미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스마트싱즈 뮤직싱크’라고 쓰인 부스에 들어가니 흘러나오는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테이블 위에 놓인 조명이 빠르게 깜빡였다. ‘팀 삼성’이라고 쓰인 파란색 옷을 입은 시연자가 스마트폰으로 ‘힐링모드’를 선택하자 명상 음악이 흘러나오며 순식간에 조명이 잔잔해졌다. 창문 앞 내려왔던 블라인드가 자동으로 올라갔고, 공기청정기가 무풍모드로 변경됐다. 선택한 음악에 맞춰 집 안 가전들이 자동으로 모드를 바꾼 것이다.

삼성전자가 연결과 사용자 맞춤을 내세워 스마트홈 허브가 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SDC(삼성 디벨로퍼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 행사는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열던 것으로 전 세계 개발자와 디자이너, 콘텐츠 제작자,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삼성의 운영체제와 플랫폼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치러진 행사에는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사용자가 미처 알아차리기 전에 다양한 기기들이 사용자 생활 패턴에 따라 맞춤화되고 연결되는 ‘캄(Calm) 테크놀로지’를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을 총괄하는 한종희 DX(기기 경험) 부문장 부회장은 “삼성의 목표는 기술 혁신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 낫고 더 편하게 만드는 데 있다”며 “사용자는 다양한 기기 연결을 고민할 필요 없다. 그건 우리가 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 SDC 2022 키노트 무대에 오른 한종희 부회장. /김성민 기자

◇구글과 손잡고 스마트홈 허브 노려

삼성은 다양한 IT 기기를 연결하는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강조했다.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에서 올해를 본격적인 스마트싱스 대중화 원년을 선언한 데 이어, 이번 행사에서는 30여개 파트너사와 함께 다양한 집 안 상황을 재현한 스마트홈 기술을 선보였다.

현재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를 통해 삼성 제품 뿐만 아니라 300여개 브랜드의 IT 기기 연결이 가능하다. 다양한 기기를 삼성 스마트싱스에서 콘트롤하며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에 있는 스마트싱스 앱에서 ‘굿모닝’ 버튼을 누르면, A사의 조명이 켜지고, B사의 공기청정기가 작동하고, C사의 블라인드가 걷히는 식이다.

스마트싱즈에 연결된 기기들의 전력 소모량도 체크해 전기 요금이 어느 정도 나올지도 예측 가능하다. 삼성은 최신 사물인터넷 통신 규격인 ‘매터(Matter)’도 스마트싱스에 도입해, 스마트싱스로 매터 규격을 적용한 더 많은 다양한 IT 기기를 통제 가능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SDC 2022. /김성민 기자

삼성은 이날 구글과 손잡고 스마트홈 허브가 되겠다는 전략도 공개했다. 매터 규격 기반으로 스마트싱스로 연결된 기기들이 구글의 스마트홈 시스템인 ‘구글홈’에도 연동되고, 구글홈에 연결된 기기들도 삼성 스마트싱스로 작동되게 한 것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이러한 생태계 확장을 통해 향후 5년간 5억명 이상의 새로운 사용자가 스마트싱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로 연결된 기기들을 콘트롤하는 중요한 도구로 더 똑똑해진 음성인식 비서 ‘빅스비’를 강조했다. 빅스비에 ‘TV에서 영화를 보여줘’라고 말하면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TV와 사운드바, 조명이 한번에 최적화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스마트 대문과 창문을 만드는 업체와도 협업해, 집 안 모든 가전을 음성으로 콘트롤하겠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빅스비로 ‘에어컨을 켜줘’라고 하면, 스마트홈 시스템이 집안 상황을 체크해, ‘현재 창문이 열렸으니 닫아라’라고 답해주는 시스템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SDC 2022. /김성민 기자

◇스마트폰은 더 맞춤형으로

삼성전자는 이날 새로운 모바일 기기 사용자 환경인 ‘원(One) UI 5′도 공개해. 사용자가 자기 취향대로 잠금화면과 각종 응용프로그램(위젯)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사용자 생활 패턴에 맞게 설정할 수 있는 ‘모드 & 루틴’이 적용됐다. 사용자가 주말 등 휴식시간엔 알람이 울리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이 어두워졌으면 좋겠다고 설정하면, 사용자의 위치 정보에 따라 자동으로 설정한 모드가 작동한다. 삼성은 또 전화를 받을 수 없는 경우 발신자의 목소리가 문자로 전송되고, 답장을 문자로 하면 빅스비가 음성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보이스 투 텍스트, 텍스트 투 보이스’ 기능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삼성 주도의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개발자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를 위해 삼성의 헬스와 의료서비스 관련 오픈소스와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했다.

◇폭발 성장하는 스마트홈 시장 주도권 쟁탈전

삼성전자가 노리는 스마트홈 시장은 최근 급격히 성장하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작년 784억4000만달러(약 112조4000억원)였던 글로벌 스마트홈 기기 시장 규모는 2026년 1761억달러(약 252조4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 안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꾸미겠다는 수요와 더불어 폭발 성장 중이다.

이 시장에서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아마존은 센서로 수면 패턴을 추적하는 탁상시계, 필기가 가능한 전자책 리더기, 창문이 열린 것을 감지하고 알려주는 가정용 로봇 등 스마트홈 기기를 대거 선보였다.

테크 기업들이 스마트홈 기기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집 안 IT 기기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이를 통한 종합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용자들의 삶과 밀접한 집 안 생활 데이터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