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네이버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사의 리셀(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크림의 수수료 인상을 예고했다. 현재 거래 대금의 3% 수준인 거래 수수료를 연말 5%까지 올린다는 내용이다. 올해 초만 해도 1%였던 수수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수익성도 함께 향상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수수료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연간 수백억원씩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출혈 경쟁을 해왔던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줄줄이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마케팅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한편, 그동안 무료였거나 극히 낮은 수준이던 거래 수수료와 배송비를 대폭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경쟁이 극심했던 국내 패션 플랫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도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이 혈투를 벌여왔던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요금을 앞다퉈 인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국면에서 기업들이 무리한 확장보다 생존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료=각 사

◇수백억원 적자 감수했던 출혈 경쟁 끝내고 수수료 인상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는 오는 12월부터 판매자에게 매출의 3%를 판매 수수료로 부과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판매 대금과 관계없이 서버와 서비스 이용료 명목으로 4만9000원 이용료를 정액제로 받아왔지만, 이제 매출에 비례해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월 17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판매자들은 에이블리에 내는 수수료가 더 많아지게 됐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그동안 적자를 견뎠지만 이제 회사와 플랫폼의 장기적인 수익성과 안정성을 위해서 수수료를 부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신사의 리셀 자회사 솔드아웃은 무료 배송 정책을 폐기하고 지난 7월부터 배송료 2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명품 커머스 트렌비도 중고 명품 거래에 지난 8월부터 판매 금액에 따라 7.9~11.9% 수수료율을 책정했다. 모두 적자를 내오던 이들 스타트업은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동안 패션 커머스·플랫폼 스타트업들은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와 할인 쿠폰, 무료 배송과 무료 수수료를 내세워 판매자와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전략을 써왔다. 이 같은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패션 스타트업들은 매년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왔다. 실제로 트렌비는 지난해 330억원 적자를 봤는데, 광고비로만 300억원을 썼다. 경쟁사인 발란은 185억원, 머스트잇은 100억원의 영업손실(적자)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커머스 업계는 쿠팡처럼 1개 회사가 압도적으로 성장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거나 확실한 수익 모델을 찾아야 흑자 운영이 가능하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분위기로 돌아선 만큼 플랫폼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수수료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콘텐츠 스트리밍 요금 줄인상

해외 플랫폼 업계도 요금 인상 러시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 OTT 업체들이 월 구독요금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다음 달부터 현재 8달러인 월 구독료를 11달러로 인상한다. 계속 8달러를 내고도 볼 수는 있지만, 영상 시청 중간마다 광고를 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구독료가 3달러 오른 셈이 됐다. 아마존 프라임, 애플TV, 훌루 등 미국 현지 주요 OTT 업체 모두 올해 2~3달러가량 월 구독료를 인상했다. 한국에선 패션 커머스 플랫폼들이 경쟁이 치열했던 것처럼, 미국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가 막대한 규모의 출혈 경쟁을 벌여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수익에 대한 압박이 큰 OTT 기업들의 요금 인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