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요금제를 둘러싼 정부와 통신 3사 간 신경전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지난 8월 통신 3사가 5G 이용자에게 월 데이터 24~31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중간요금제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일단락된 듯했지만, 정부는 통신 3사에 40~70GB 데이터 구간에 해당하는 중간요금제 출시를 추가로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올해 통신 3사 실적이 좋은 만큼 5G 중간요금제 확대 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통신 3사는 “8월 중간요금제 출시 여파가 아직 실적에 제대로 반영된 것이 아니다. 5G 중간요금제를 더 확대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중간요금제 좀 더 다양해져야”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업무보고에 국민의 통신비 절감책으로 ‘5G 중간요금제 확대’를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통신사 실적이 좋다고 하는데 잘한 것 같다”며 “(통신 3사가) 좀 더 다양한 5G 중간요금제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장관은 “어떤 형식으로든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적어질 수 있게 정부가 노력하겠다”고도 말했다.

이 장관이 언급한 ‘통신사들의 실적’은 올 1~3분기 영업이익을 가리킨 것이다. 통신 3사 전체 영업이익은 분기마다 1조원을 넘었다. 지난 3분기 통신 3사 영업이익은 1조2036억원으로 2분기(1조1672억원)와 작년 3분기(1조521억원)보다 각각 3%, 14% 증가했다.

정부가 내년에 5G 중간요금제를 확대하려는 이유는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5G 중간요금제로는 소비자의 요금 선택 폭을 넓히기에 부족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지난 8월 통신 3사가 출시한 중간요금제는 SK텔레콤 24GB(월 5만9000원), KT 30GB(월 6만1000원), LG유플러스 31GB(월 6만1000원)로, 기본 제공 데이터가 20~30GB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선 “20~30GB 데이터 바로 다음이 100GB 이상의 고가 요금제로 넘어가도록 돼 있는데, 이것은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데이터 40~70GB를 제공하는 추가 중간요금제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국회 과방위 소속 윤두현 의원실(국민의힘)이 지난 9월 전문 업체에 의뢰해 1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바람직한 중간요금제 데이터 양은 월 40GB 이상이어야 한다”는 응답이 41%로 가장 많았다. 또 현재 통신 3사가 운영하는 중간요금제에 대해선 응답자의 68%가 ‘데이터 부족’을 지적했다.

◇통신 3사 “아직 요청받은 것 없다”

통신 3사는 기존 5G 중간요금제를 더 늘리는 방안에 대해 “정부로부터 아직 요청받은 것이 없다”며 “현재로선 우리가 이를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좋은 건 맞지만 5G 중간요금제가 8월 출시됐기 때문에 그 여파가 3분기 실적에 제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4분기부터는 영업이익이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중간요금제 확대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통신사는 5G 중간요금제를 확대하는 대신 다른 요금제를 다양화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추가로 내놨다. 월 4만8000원에 기본 데이터 110GB, 월 5만5000원에 기본 데이터 250GB, 월 6만9000원에 기본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다. 그러자 KT와 LG유플러스도 기존 자사(自社)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전용 요금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입하는 정규 요금제와 달리, 이용자들이 월 요금 25% 인하와 같은 선택약정 할인 등을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통신 3사가 지난 2020년부터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운용 중이지만 그동안 ‘실속이 별로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가입률도 통신 3사 전체 5G·LTE 이용자의 0.3%(올 8월 기준)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