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주식 거래일인 29일 코스피지수가 2% 가까이 급락한 가운데 게임주 넷마블은 17.7% 급등 마감했다. 카카오게임즈(5.8%)·엔씨소프트(3.3%)·웹젠(2.7%) 같은 다른 게임주들도 올랐다. 전날 저녁 중국의 콘텐츠 심의·허가 기관인 국가신문출판서는 한국 게임 7종을 비롯한 외산 게임 44종에 대한 판호(版號·수입 및 서비스 허가증)를 발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덕분이다. 중국이 한국 게임 업체가 만든 게임에 판호를 대거 발급한 것은 2017년 2월 이후 5년 10개월 만이다. 중국은 2017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내린 이후, 판호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사실상 전면 차단해왔다.

이번에 판호를 받은 국내 게임은 넥슨이 만든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 ‘A3:스틸얼라이브’ ’샵 타이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 7개 게임이다. 모두 각 사의 주력 게임이다. 업계에선 중국이 이번 판호 발급을 시작으로 게임에 대한 한한령을 상당 부분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신작 가뭄으로 실적이 주춤했던 국내 게임 업계가 연간 5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게임 시장 중국을 발판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5년 10개월 동안 국산 게임 3편만 수입 허가

과거 중국은 한국 게임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다. 한국 게임 업계는 2014~2016년 중국에 48개 게임을 수출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 국산 게임은 중국 내 최고 인기 게임이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2017년 2월 ‘크로스파이어 모바일’에 대한 판호를 마지막으로 한한령을 내렸다. 이후 판호를 받은 게임은 2020년 1개, 2021년 2개에 그쳤다. 중국 내 신작 게임 출시가 막히면서 한국 게임의 중국 시장 경쟁력은 쇠퇴했고, 2017년 1조원(추정치)을 넘겼던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6600억원으로 떨어졌다.

업계는 이번 판호 발급이 내년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 재개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 당국이 한국 게임에 대한 제약을 상당 부분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중국 현지에서 올 하반기부터 한국 게임 판호 발급 재개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며 “자국 시장 보호를 통해 지난 5년 동안 중국 게임 업체 경쟁력이 상당히 올랐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이라고 말했다.

◇VPN 사용해서 한국 게임 기대 중인 중국 게이머들

중국은 여전히 한국 게임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게임의 국가별 수출 비율은 중국이 35.3%, 동남아 19.8%, 대만 12.5% 순이었다. 한한령으로 타격을 입어 2019년보다 비율이 5.3%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단일 국가로는 중국 비율이 가장 크다.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내 인기도 여전하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 니케’ 등 중국에서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국내 인기 게임까지 중국 이용자가 몰려드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인터넷 접속 국가 우회 프로그램(VPN)을 이용해 접속한 중국 이용자들이다. 이들은 게임 게시판에 중국어로 “중국에 정식 출시됐으면 좋겠다” 같은 후기를 남기고, 게임 업계는 한국 사용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중국 접속자를 차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번 판호 재개로 이미 중국에서 검증된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후속작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컨대 넥슨이 올해 3월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PC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모바일로 옮긴 게임으로, 텐센트를 통해 중국 출시를 준비하다가 중국 정부 규제로 출시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내년 상반기에 국내 기대 신작이 집중 출시된다. 세계 3대 게임 박람회 독일 게임스컴에서 최우수게임상을 받은 네오위즈 ‘P의 거짓’,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 등이 대표작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국내 게임 업계가 공을 들인 신작들이 줄줄이 출시될 예정”이라며 “여기에 중국 수출 날개까지 달면 국내 게임 산업이 크게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