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니어스랩 연구소에서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가 풍력발전기 모형 앞에서 드론을 들어 보이고 있다. 니어스랩은 자율주행 드론이 풍력발전기를 점검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스타트업으로, 세계 25국에 진출했다. /오종찬 기자

북해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풍력발전기는 유럽 에너지 기업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북극의 거센 바람과 파도를 정면으로 맞는 발전기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마다 바다 한가운데로 대규모 인력이 출장을 나갔고, 거친 작업 환경 때문에 하루 1기를 점검하는 것도 힘들었다.

2015년 창업한 국내 스타트업 니어스랩의 최재혁(36) 대표는 드론을 앞세워 풍력발전기·원자력발전소 등 사람이 직접 하기 어려운 대형 설비 점검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최 대표를 포함해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출신이 주축이 된 니어스랩의 무기는 AI(인공지능)와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한 ‘자율주행 드론’. 그는 “과거 사람이 직접 할 때는 하루에 풍력발전기 1기를 점검했는데, 자율주행 드론을 사용하면 같은 인력으로도 하루 10기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니어스랩의 자율주행 드론은 사람이 드론을 조종할 필요 없이 드론 스스로가 미리 설정한 경로에 따라 발전기 주변을 날면서 발전설비 사진을 찍어 전송한다. 최 대표는 “드론이 고해상도 사진을 찍어오면 AI는 이미지 분석을 통해 발전기에 난 0.3㎜ 수준 미세한 금을 비롯해 시설 노후 정도를 판별하고 점검 인력들에게 이상 징후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 드론이 알아서 전세계 풍력발전소 1만기 ‘순찰’… 지멘스·GE도 고객

그는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과 안정적인 성능을 인정받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경쟁 해외 스타트업의 자율주행 드론들은 사물 인식을 위해 값비싼 레이더와 라이다(LiDAR·레이저 센서) 같은 고성능 센서를 추가로 장착해야 하지만, 니어스랩은 카메라만으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테슬라가 카메라만을 이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척한 것처럼 보편적인 장비로 구동 가능한 기술을 만든 것이다. 그는 “한마디로 값비싼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 기술로 대체한 것“이라면 “선제적으로 AI를 드론에 도입해 8년 동안 자율주행 심층학습(deep learning)을 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술·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니어스랩은 현재 글로벌 25국에 진출했고, 지금까지 전 세계 1만1000기 이상 풍력발전기를 점검했다. 특히 세계 최대 발전회사로 꼽히는 독일 지멘스와 미국 GE가 모두 니어스랩의 고객이다. 최 대표는 “2020년 이후 매년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고,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며 “현재 속도라면 2년 뒤 300억원 매출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니어스랩은 지난달 새로운 드론 자율주행 프로그램도 출시했다. 기존 자율주행 드론은 자율주행 구동을 위한 별도 컴퓨터가 필요했는데, 새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에 드론을 연결해 자율주행을 구동한다. 현재 이 프로그램을 글로벌 기업들과 테스트 중이다. 최 대표는 “스마트폰이 자율주행 드론의 두뇌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율주행 드론이 더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쓰이게 될 것”이라며 “풍력발전기 외에도 원자력발전소·교량·석유화학 플랜트 등 새로운 대형 설비 점검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