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히트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국내 대표 게임사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가운데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역시 양호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년간 개발 지연과 신작 부재로 타격을 입었던 국내 게임사 실적이 확연한 반등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넷마블은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가상화폐 상장폐지 이슈가 불거진 위메이드도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충성 이용자가 많은 히트 게임 보유 여부와 마케팅 출혈 경쟁이 게임사들의 2022년 실적 성적표를 갈랐다.

◇히트 IP 보유 여부가 가른 성적표

넥슨은 9일 지난해 매출 3조3936억원, 영업이익 9952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9% 늘어나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3% 증가했다. 앞서 8일 실적을 내놓은 엔씨소프트는 매출 2조5718억원, 영업이익 559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9%가량 급증했다.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도 영업이익이 각각 15.5%, 58.8% 증가했다.

넥슨은 인기 PC게임 던전앤파이터를 모바일로 옮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메이플스토리·피파온라인 후속작 등 지난 10년여간 꾸준히 출시해온 대표 게임들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엔씨소프트도 리니지W가 대만에서 최고 매출 게임 1~2위를 다투는 등 해외시장 흥행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엔씨소프트 지난해 매출의 약 77%(2조원)가 모두 리니지 관련 게임에서 나올 정도다.

반면 지난해 넷마블과 위메이드 등 히트 IP(지식재산권)가 부족한 게임사들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넷마블 매출은 6.6% 증가했지만 1044억원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영업손실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대표 히트 게임이 부족한 넷마블은 경쟁사 엔씨의 IP를 차용한 게임(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리니지2 레볼루션)이나 일본 만화, 인기 웹툰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 의존도가 높다. 이런 경우 IP를 가진 회사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고,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서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든다. 넷마블은 지난해 IP·앱마켓 수수료로 1조562억원, 마케팅비로 5243억원을 지출했다.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도 600억원대 영업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위메이드는 올해 자체 발행 가상화폐 위믹스 기반 게임과 다양한 신사업을 진행했지만 위믹스 상장폐지 이슈로 어려움을 겪었다. 데브시스터즈도 지난해 신작 부재로 적자가 예상된다.

◇올해 키워드는 중국 수출과 확률형 아이템 탈피

올해 게임사 실적을 가늠할 이슈로는 ‘중국 판호 개방’과 ‘확률형 아이템’이 꼽힌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국내 게임 7종에 대해 판호(중국 내 서비스 허가권)를 내줬는데, 중국이 한국 게임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허가한 것은 6년 만이다. 막혔던 중국 수출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는지가 실적 개선의 관건이다.

특히 넷마블은 최근 판호를 발급받은 7개 게임 중 가장 많은 3개 게임이 판호를 받았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중국 출시 게임의 현지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며 중국 수출 재개 이후 실적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확률형 아이템 규제도 올해 게임사에 큰 이슈로 꼽힌다. 여야, 정부 모두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상반기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예상된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현재 인기 게임의 대부분 매출이 확률형 아이템에서 나온다”며 “구독 요금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도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