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제대 후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생 정모(25)씨는 아르바이트 월급을 받을 때마다 통신과 인터넷 비용부터 따로 떼놓는다. 고시원에서 혼자 사는 정씨는 통신과 인터넷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 둘을 결합한 상품을 쓴다. 결합 상품은 7만7000원 이상 요금제를 써야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는 8만원짜리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최대 할인을 받아 단말기 할부 요금까지 더하면 그가 내는 요금은 9만6500원. 유튜브 프리미엄(1만450원)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9900원)까지 구독하면 그가 한 달에 통신, 인터넷, OTT로 내는 돈은 10만원(11만6850원)이 훌쩍 넘는다. 정씨는 “장보기나 난방 같은 생활 물가가 다 오른 상황에서 10만원이 훌쩍 넘는 통신·OTT 비용은 혼자 사는 학생에게 큰 부담이다. 알바를 못 하게 되면 통신비를 연체하게 될까 봐 가슴을 졸인다”라고 했다.

소득이 적거나 아예 없는 20대일수록 통신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휴대전화 요금 연체 건수(통신 3사 기준) 21만3994건 중 20대(4만6616건)가 가장 많았다. 20대의 요금 연체액은 63억54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연체액이 13만6300원이다. 20대의 뒤를 이어 둘째로 연체 건수가 많은 30대(3만5550건)까지 합치면 연체자 열 명 중 네 명이 2030세대인 셈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20대의 휴대전화 연체 건수와 연체액이 높은 것은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비정규직이나 학생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의 경우, 코로나 기간 늘어난 원격 수업과 취업, 시험 준비를 위한 인터넷 강의 때문에 통신 데이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통신 3사에 29세 미만 전용 요금제가 있지만, 이들의 소비 성향과 경제수준에 맞춘 요금제를 더 다양하게 내놔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은 “데이터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취업 준비생과 원격 수업을 듣는 대학생을 위한 맞춤형 데이터 요금 지원이 시급히 제공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