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예루살렘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워크라우드 글로벌 인베스터 서밋 2023'의 미디어 투어에서 군 관계자가 스타트업 육성책을 발표하고 있다. /아워크라우드

15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아워크라우드 투자자 행사 현장에선 흙색 군복을 입은 군인 수십 명이 스타트업과 투자사 부스를 들락거렸다. 이들은 행사장 경호를 위해서 온 것이 아니다. 모두 창업을 준비하면서 투자를 유치하려 현장을 찾은 군인들로, 스타트업 대표에게 회사의 기술을 물어보거나 투자사들에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를 세일즈했다. 여군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야니브 골드버그 요즈마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대부분 첨단 군사기술을 연구하는 조직에서 나온 젊은 엔지니어”라며 “특히 전역을 앞두고 창업을 준비 중인 군인이 많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선 군대가 창업의 요람이다. 사이버 보안·광학 기술 등 첨단 국방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이 많은 이스라엘에선 군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이가 많다. 미사일 탄두 광학 기술을 캡슐 내시경에 장착한 기븐이미징, 테러리스트 금융 추적 기술을 기반으로 결제 사기 적발 시스템을 개발한 프로드사이언스 등이 대표적이다.

창업 명문(名門) 부대도 따로 있다. ‘8200부대’와 ‘탈피오트’가 꼽힌다. 8200부대는 이스라엘의 정보 부대로 사이버 전쟁을 수행하는 엘리트 엔지니어 집단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8200부대 출신이 창업한 기업은 1000개가 넘고, 글로벌 진출에도 거침이 없다. 8200부대 출신들이 1993년 설립한 ‘체크포인트’는 현재 미국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지사를 70개 두고 있다. 나스닥에 상장된 이 회사는 시가총액 17조원, 연매출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탈피오트는 국방 기술 연구·개발에 중점을 둔 부대로, 이스라엘 정부는 6년간 연구 요원으로 첨단 군사 장비와 기술을 연구한 부대원들이 전역 후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포브스는 8200부대 등 창업 요람이 된 이스라엘 부대에 대해 “수학·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인재들이 한 곳에 모인 데다, 군에서 한정된 인력과 자본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배운다”면서 “이들은 40대까지 예비군으로 활동하면서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분석했다.

/임경업 기자, 예루살렘 = 오로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