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를 앞둔 통신 3사가 이런저런 악재와 난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신 3사는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6% 증가한 4조383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감소, KT는 CEO 리스크, LG유플러스는 개인 정보 유출 등 각각 악재에 시달리면서, 이번 주총에서 작년 호실적을 마냥 즐길 수 없는 분위기다.

여기에 정부의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추가 확대 요구 등 통신비 인하 압박 수위도 높아지면서 통신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신 3사는 17일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SK텔레콤(28일), KT(31일) 순으로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통신 3사, 회사마다 각종 악재

SK텔레콤은 그동안 유지해온 이동통신 시장 내 ‘압도적 1위’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공개한 1월 이동통신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휴대전화와 사물인터넷 기기 회선 등을 모두 포함한 국내 전체 이통 서비스 가입자의 39.9%(단, 통신사 설비 관리 위한 ‘기타회선’은 제외)를 차지했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기 전인 2001년 10월 시장 점유율 39.6%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현 통신 3사 체제가 형성된 뒤 시장점유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SK텔레콤은 또 소비자리서치 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달 공개했던 ‘2022년 하반기 이동통신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38%에 그쳤다. 컨슈머인사이트가 매년 전국 14~64세 휴대전화 이용자 3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SK텔레콤 선호도가 처음으로 지난해 30%대로 떨어진 것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최근 들어 이동통신 품질이 평준화되고 알뜰폰이 등장하면서 통신사 브랜드 이미지 간 우열이 축소된 것”이라고 했다.

KT는 차기 경영진 구성이 안갯속에 빠져 있다. 여권 반발로 현 CEO인 구현모 대표가 연임 도전을 포기한 데 이어, 차기 CEO 후보로 내정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도 오는 31일 주총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주총에서 부결된다면 KT는 CEO 후보를 원점에서 다시 뽑아야 한다.

LG유플러스는 개인 정보 유출과 사이버 공격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1~2월 다섯 차례 디도스 공격을 당하면서 고객들의 인터넷과 와이파이 접속 장애가 발생했고, 가입자 개인 정보(이전 고객 포함) 29만건이 외부로 유출됐다. 개인 정보 유출 건과 관련해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도 받고 있다. 지난달 황현식 대표가 직접 사과하고, 개인 정보 유출 및 인터넷 접속 오류 피해 고객을 위한 ‘피해 지원 협의체’를 구성해 후속 대책을 진행하고 있다.

◇거세지는 ‘통신비 인하’ 압박도

통신 업계를 향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 때 통신비 문제와 관련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하자,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통신 시장 경쟁촉진 정책 방안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현재 정부는 통신 3사에 상반기 중으로 가입자들이 데이터 사용량에 맞는 요금제로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게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를 요구하고 있다. 통신 3사가 작년 8월 데이터 20~30GB(기가바이트)대 구간을 제공하는 5G 중간요금제를 내놓긴 했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40~100GB 구간에 해당하는 요금제가 없어 정부와 소비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또 이달 안에 5G 어르신 요금제도 출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현재 5G 어르신 요금제는 통신 3사 중 LG유플러스만 한 개를 운영 중인데 SK텔레콤과 KT도 출시하라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정부는 현재 월별로 내는 통신 요금 체계 외에 소비자 요구에 따라 분기 또는 반기별로 기간을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 출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각사마다 악재가 터져 난리인데, 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 요구까지 겹쳐 난감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