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18일(현지시각) 미 마이애미에서 열린 컨퍼런스를 마치고 나오면서 한손으로 그의 아들을 안고 있다. 사진 속 아이는 일론 머스크가 결별한 가수 그라임스와 낳은 엑스 애쉬 에이 트웰브로 추정된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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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만큼 테크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엄청난 추종자를 보유하고 있고, 또 엄청난 안티팬을 갖고 있습니다.

전기차(테슬라), 우주 여행(스페이스X), 인프라(보링컴퍼니), 소셜미디어(트위터), 뇌 과학(뉴럴링크) 같은 다양한 테크 기업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그는 요즘도 “아무도 가지 않는 트위터 도서관 소파에서 가끔 잠을 잘 정도”(BBC 인터뷰)로 워크홀릭입니다. 머스크가 평범한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고 있는 건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는 트위터에서의 각종 말실수, 제품과 기술 개발에 관련한 허황된 약속, 논란을 부르는 사생활, 정부의 규제를 벗어난 돌출 행동 등으로 ‘관종’이자 ‘괴짜’로 불립니다. 블룸버그는 최근 머스크를 두고, “미 정부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고 평가했습니다.

머스크는 첨단 테크의 중심지인 미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주요 사건에 절대 빠지는 법이 없습니다. 이 뉴스레터가 머스크를 집중 조명하기로 한 이유입니다. 앞으로 일주일 단위로 그와 관련된 소식을 통해 테크 업계의 흐름을 짚어보겠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트위터. /로이터 연합뉴스

◇트위터 전면 개편나선 머스크

이번 주 머스크는 특히 바쁜 한 주를 보냈습니다. 특히 트위터 기능을 본격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트위터는 서비스 초기 140자까지 쓸 수 있었던 글자 수를 최대 1만자로 늘렸습니다. 굵은 활자체와 이탤릭체도 가능하도록 개선했습니다. 이 기능은 유료입니다. 월 8달러(약 1만원)인 유료 구독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 구독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는 서비스 초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동일한 글자수인 140자로 제한한 단문 SNS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2017년엔 그 2배인 280자까지 늘렸습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인 지난 2월 글자 수 제한을 4000자까지 확대했고, 이번에 유료로 1만자까지 대폭 늘렸습니다. 반응은 엇갈립니다. 일각에선 짧은 글 SNS라는 트위터의 정체성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반대편에선 더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소통이 가능해졌다며 환영했습니다.

머스크는 이와 함께 사용자별 유료 구독 서비스도 강조했습니다. 트위터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에게 월 4달러의 구독료를 받고 콘텐츠를 올리는 것입니다. 머스크는 “앞으로 12개월 간 콘텐츠를 올리는 크리에이터가 이 구독 서비스로 올린 수익에 별도의 수수료를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머스크 자신도 월 4달러짜리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머스크는 유료 구독자에 한해 몇 주에 한번씩 자신에게 직접 질문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코너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입해보니 한 주간 머스크는 유료 트윗에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발사에 실패한 우주선 스타십 생중계 링크를 올린 게 다 입니다.

월 4달러에 운영되는 머스크 개인 트위터 계정 구독 모습. /트위터 캡처

머스크는 18일 미 마이애미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해, 트위터를 이탈한 광고주들에게 읍소하는 발언도 했습니다. 현재 트위터는 머스크 인수 후 광고주들이 대거 떠났고, 트래픽도 감소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3월 트위터 트래픽은 1년 전보다 7.7% 감소했습니다. 머스크가 여러 인터뷰에서 “트위터 운영이 잘 되고 있고, 올해 안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 것과 대조되는 수치입니다. 특히 떠난 광고주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3월 트위터에는 머스크 인수 전 광고를 했던 대형 광고주의 절반 이상이 광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머스크는 마이애미 컨퍼런스에서 광고주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트위터는 광고주들의 브랜드를 위한 가치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머스크는 유명 온라인 증권사인 e-토로와 업무협약을 맺고 트위터에 주식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테크 업계에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 전부터 밝힌 “모든 것의 앱인 수퍼앱’으로 만드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봅니다. 머스크는 최근 특수목적법인(SPC) ‘X’를 자본금 200만달러(26억원)에 설립하고, 트위터를 흡수 합병했습니다. X라는 이름 아래 가상화폐 거래와 결제 같은 머스크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트위터에 구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일론 머스크. /폭스뉴스 캡처

◇AI 비판하더니, AI 업체 만들어

지난 달 머스크는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세계적 AI 석학 요수아 벤지오 교수, 베스트셀러 작가 유발 하라리 등 AI(인공지능) 전문가 1000여명과 함께 6개월 간 최첨단 AI 개발을 일시 중단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머스크는 AI가 위험하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반복해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주 그는 지금껏 말한 것과 달리 자신의 AI 업체를 설립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론 머스크가 X.AI라는 스타트업을 미 네바다주에 설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머스크는 최근 몇 달 간 구글의 AI 조직인 딥마인드의 전 직원을 영입하는 등 AI 연구원들을 적극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AI 기계학습에 필요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천개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테크 업계에선 머스크가 AI 개발을 일시 중지하자고 주장한 것도 사실은 자기 AI 업체가 기술 격차를 따라잡을 시간을 벌기 위한 꼼수가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머스크의 트위터에도 이런 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머스크는 17일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I를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서 밝혔습니다. 일종의 해명인 셈이죠. 그는 “AI는 잘못된 항공기 설계나 생산유지 보수, 불량 자동차 생산보다 더 위험하다”며 “문명 파괴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오픈AI나 구글이 개발하는 AI가 아닌) 제 3의 선택지가 되려고 한다”며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AI를 개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름을 진실을 의미하는 트루스(Truth)GPT라고 했습니다.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는 AI라니 선뜻 이해가 안 됩니다. 머스크는 이렇게 부연설명했습니다. “우주를 이해하는 데 관심이 있는 인공지능은 인간을 전멸시킬 가능성이 낮다. 인간은 우주의 흥미로운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안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 /트위터 캡처

머스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샘 올트먼과 함께 2015년 오픈AI를 공동으로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테슬라의 AI 연구에 따른 이해충돌 문제로 오픈AI에서 손을 떼고 투자 지분도 모두 처분했습니다. 테크 업계에선 당시 머스크와 올트먼이 AI 연구 방향성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머스크가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머스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픈AI의 처음 의도는 좋은 일을 하자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불분명하다”며 “나는 그것(챗GPT)이 진실하지 않은 것을 말하는 방식으로, 정치적으로 치우치도록 훈련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쁜 징후”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 난 오픈AI를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쏟았는데, 내가 여기서 눈을 떼자 그들은 이제 소스를 폐쇄했고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머스크와 올트먼의 기싸움은 트위터에서도 반복됐습니다. 지난 15일 월스트리트저널이 트위터에 머스크의 AI 업체 설립 기사를 올리자, 올트먼은 눈물을 보이며 웃는 이모티콘을 댓글로 달았습니다. 비웃은 겁니다. 머스크는 다음날 올트먼의 댓글 밑에, ‘올트먼이 너와 함께 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써진 종교 포스터가 붙어있는 미래 도시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올트먼이 AI를 통해 사실상 미래 사회에서 ‘절대자’가 되려 한다고 비꼰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이 20일(현지 시각) 미 텍사스 보카치카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스타십은 성공적으로 이륙했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공중에서 폭발했다. /스페이스X

◇1분기 죽쑨 테슬라, 스타십은 실패

머스크는 19일에는 테슬라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20일엔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이 시험 발사에서 이륙은 했지만 비행 중 폭발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19일에는 테슬라가 좋지 않은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24% 늘었지만 순이익이 1년 전보다 24% 줄었습니다. 매출총이익률은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19.3%였습니다. 테슬라는 올 들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6차례에 걸쳐 가격 인하를 단행했는데 이 조치가 이익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테슬라 이익이 감소했지만 머스크는 여전히 자신만만합니다. 그는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의 이익 마진이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더 많은 물량과 더 큰 차량을 내놓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스타십은 머스크의 화성 이주 구상에서 매우 중요한 우주선입니다.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하는 것이 꿈인 머스크는 앞서 스타십을 인간을 싣고 지구와 화성을 오가는 이주 왕복선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주선의 길이는 50m, 직경은 9m, 내부에 150t까지 화물을 적재할 수 있습니다. 로켓과 우주선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스타십은 역대 로켓 중 가장 규모가 큰 ‘수퍼 헤비’에 실려 17일 시험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스타십 싣고 발사될 로켓 1단계 부스터에 압력을 가하는 밸브가 막히면서 시험 비행을 연기했습니다. 20일 다시 시험 발사를 진행했고, 이륙에는 성공했지만 약 4분만에 비행 중 빙글빙글 돌다가 상공에서 폭발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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