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로 꼽히는 미국 ‘레딧’의 이용자들이 운영사를 상대로 집단 시위에 나서면서 사이트가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NBC·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레딧의 수익화 정책에 반발한 이용자들이 이주 초부터 게시판 8000개 이상을 닫아버렸다. 사이트 절반이 일종의 ‘블랙아웃(정전)’ 상태가 됐다.

하루 5200만 사용자가 접속하는 레딧은 운영사가 글과 사진·영상을 올릴 수 있는 웹사이트와 앱 등 시스템을 제공하고, 게시판을 열거나 운영하는 것은 이용자들 몫이다. 사이트 안에 10만개의 게시판이 있고, 각 게시판마다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운영진이 있다. 이용자가 참여하는 분권형 커뮤니티인 것이다.

이용자들의 반란은 이달 초 레딧이 수익화 계획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레딧은 최근 다른 기업들이 레딧의 데이터를 가져다 쓰는 서비스(API) 비용을 올리기로 했다. 레딧에는 2005년부터 쌓인 이용자 게시물 약 130억개가 있고, 챗GPT와 같이 인간의 언어와 이미지를 학습하는 인공지능(AI)은 이 데이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레딧은 오픈AI·구글·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에 데이터를 제공해 돈을 벌 계획이었다. 문제는 데이터 접근 비용을 올리자, 기존에 레딧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여러 앱들이 서비스 포기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서비스가 축소되자 이용자들은 “우리의 데이터를 팔아 돈을 벌면서 이용자에겐 돌아오는 것이 없다”며 집단 시위에 나섰다. 운영자들은 그들이 관리하는 게시판의 글을 못 보게 하거나 글을 쓸 수 없게 만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특히 하루 수천만명이 방문하는 인기 게시판들이 시위에 집중적으로 나서면서 레딧 전체 게시글의 절반 이상을 볼 수 없게 됐다. 스티브 허프만 레딧 최고경영자(CEO)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레딧은 서버 비용이 많이 들고, 광고 매출 외 수익이 없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며 “정치인은 투표로 선출되지만, CEO는 주주에 의해 해고된다”고 말했다. 기업의 생존과 수익을 위해선 필요한 결단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