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나다 정부는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대상으로 자국 내 콘텐츠 투자를 의무화하는 ‘온라인 스트리밍법’ 세부 사항 논의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 4월 말 캐나다 의회에서 이 법이 통과됐고,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투자액 산정 방식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OTT 업계에서는 “콘텐츠 공룡으로 불리는 넷플릭스의 장악력이 너무 커지자, 캐나다 정부가 나서서 이들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패러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글로벌 OTT 시장 점유율이 약 40%(작년 4분기 기준)에 달할 뿐 아니라, 2·3위인 아마존 프라임비디오(11.1%), 디즈니플러스(10.2%)와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에선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기존 OTT들이 서로 합치는 사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토종 OTT 간 합병설이 최근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나라마다 이에 맞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법으로 자국 투자 의무 부과

캐나다에서 통과된 ‘온라인스트리밍법’은 OTT 사업자들에게 국내 투자 의무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법에 따르면, 해외 OTT 사업자들도 기존 방송사, 유료방송사업자 등과 마찬가지로 방송 매출의 일부를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처럼 납부하고, 국내 콘텐츠 개발 및 인력 활용 의무가 생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 법은 1991년 이후 캐나다에서 처음 개정된 방송법으로, 최근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글로벌 OTT 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들에도 국내 방송ㆍ콘텐츠 산업에 재정적으로 기여할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이에 국내 유료방송 업계에서도 “OTT의 급성장으로 기존 사업자들이 궁지에 내몰린 만큼 기여 의무와 규제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OTT는 방송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각종 방송법 규제로부터 벗어나 있다. 국내 IPTV(인터넷TV)나 케이블TV 등은 준세금처럼 방송 매출의 1.5%를 방발기금으로 납부해야 하고,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기 위해 신고를 하면 수리하는 데만 통상 한 달이 걸리지만, OTT는 이런 규정 자체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OTT도 똑같이 통신망을 활용한 스트리밍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데 공적 책무에서만 빠져있다”며 “OTT도 국내 투자 의무를 주거나 기존 사업자들의 규제를 완화하는 등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토종 OTT들 “뭉쳐야 산다”

미국의 미디어그룹 WBD는 그동안 따로 운영해온 자사 OTT 서비스 ‘HBO맥스’(가입자 약 7400만명)와 ‘디스커버리플러스’(약 2000만명)를 통합해 지난 5월부터 거대 OTT ‘맥스’를 내놨다. 기존 운영·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1억명 가까운 통합 OTT 가입자를 기반으로 넷플릭스를 추격하겠다는 것이다. 맥스는 HBO 채널, 워너브러더스의 영화·드라마와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터리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지난 3월 일본에선 OTT ‘U-NEXT’를 운영하는 유선 방송사업자 ‘유센’이 타사 OTT인 ‘파라비’를 인수해 ‘U-NEXT’에 흡수했다. 일본 OTT 업계에선 드라마·애니메이션 콘텐츠가 강점인 U-NEXT와 다양한 예능 콘텐츠를 보유한 파라비와 합쳐져 콘텐츠 라인업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CJ ENM이 최대 주주인 토종 OTT ‘티빙’과 SK스퀘어·지상파 3사가 주축인 OTT ‘웨이브’ 간 합병설이 제기되고 있다. 양사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티빙(519만명)과 웨이브(395만명)의 월 사용자(6월 기준)를 단순 합산하면 넷플릭스의 국내 사용자(1142만)와 몸집이 비슷해진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사용자 기준으로 국내 OTT 3위였던 티빙이 6위였던 KT의 OTT 시즌을 흡수한 뒤 현재 2위로 올라선 만큼 합병이 효과적인 생존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CJ ENM 관계자는 “양사의 복잡한 주주구성과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의무 지분 요건 충족 등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합병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