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 시각) 미국 스타트업 바이탈 바이오사이언스는 “4800만달러(약 612억5000만원)의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핵심 투자자 중 한 명이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의 창업자 샘 올트먼이었다. 이 스타트업은 피 몇 방울이면 20분 안에 질환 50여 가지를 검사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올트먼은 챗GPT를 만든 오픈AI를 창업한 뒤에도 핵융합, 바이오, 대체육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투자할 뿐만 아니라 직접 가상 화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37세 청년 창업자가 실리콘밸리와 정보 기술(IT) 업계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것이다.

올트먼은 올해만 10곳이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영국 배양육 스타트업 언커먼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고, 3월에는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에 1억8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캠퍼스닷에듀(교육 스타트업), 휴메인(AI스타트업), 마그라시아메탈스(친환경 채굴 업체), 비크(영상·오디오 번역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그래픽=이지원

전 세계 AI 산업을 주도하는 오픈AI를 이끌면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 것은 올트먼의 ‘투자 본능’ 때문이다. 올트먼은 만 19세이던 2005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를 그만두고 친구와 소셜미디어 업체 루프트를 창업했다. 2012년 루프트를 4340억달러에 매각한 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육성 기관) Y콤비네이터에 합류한다. 올트먼은 Y콤비네이터에서 레딧·에어비앤비·코인베이스·드롭박스를 비롯해 3500곳이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수많은 유니콘을 탄생시켰다.

최근 올트먼의 투자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그의 관심사는 에너지와 건강이다. 핵융합 발전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에 3억7500만달러를 투자했고,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스타트업 오클로 투자에도 참여했다. 오클로는 올트먼이 만든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 상장을 앞두고 있다. MIT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노화 방지에 관심이 많은 올트먼은 건강, 바이오, 먹거리 분야에도 투자하고 있다. “인간 수명을 10년 연장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노화 방지 스타트업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가 대표적인 예다.

스타트업 창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올트먼은 연쇄 창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3년간 연구한 가상 자산 프로젝트 ‘월드 코인’을 지난 24일 출시했다. 월드 코인이 다른 가상 자산과 다른 점은 생체 정보를 통해 코인 소유자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오브(Orb)’라는 홍채 인식 기구를 통해 개인의 홍채를 데이터화해 블록체인에 연결하고, 실제 사람인지 확인되면 월드 아이디(ID)가 생성된다. 이 월드 ID로 가상 자산 지갑을 만들어 ‘월드 코인’을 보관한다. 온라인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월드 ID는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디지털 여권’이라고 볼 수 있다.

올트먼은 “월드 코인이 성공한다면 경제적 기회를 늘리고 AI 기반 보편적 기본 소득(UBI)의 경로를 제시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월드 코인은 출시하자마자 상승세를 보이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2623억원까지 치솟았다. 지금까지 전 세계 약 200만명이 홍채를 스캔하고 월드 ID를 발급받았지만 일각에서는 홍채를 스캔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개인 정보 보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