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반(反)독점 법정에 선다. 미국 38주 법무장관이 공동으로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독점적 이익을 거둬왔다”며 제기한 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구글의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음 달 시작될 이번 재판은 1998년 미국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반독점으로 고소한 이후, 가장 중요한 소송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MS 반독점 소송과 닮은꼴

미 워싱턴 연방법원 아미트 메타 판사는 4일(현지 시각) “다음 달 12일 구글의 검색 엔진의 반독점 여부를 다툴 재판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 앱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하도록 계약해, 다른 회사 앱들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며 2020년 10월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수십억 달러를 주면서, 구글 앱을 탑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구글의 독점 해소를 위해 일부 사업을 매각하고 사업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소송을 1998년 MS의 반독점 위반 소송과 비교하고 있다. 당시 MS는 인터넷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에 기본적으로 탑재해 판매했다. 윈도를 사면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공짜로 따라오는 구조였다. 당시 전 세계 PC 10대 가운데 9대에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설치됐다. 미 정부는 MS가 PC 제조사와 담합해 경쟁사 진입을 막았고, 그 결과 넷스케이프 같은 회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주장했다.

MS는 1심에서 패소해 회사를 두 개의 별도 법인으로 분할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항소를 통해 PC 제조사가 다른 회사의 소프트웨어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담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소송이 마무리됐다. 소송 과정에서 빌 게이츠 회장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거액을 출연해 빌 앤드 멜린다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과 MS는 시장 점유율이나 제조사와의 계약 구조, 경쟁 업체가 퇴출되는 과정 등이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면서 “구글의 핵심 사업 모델이 검색과 이를 통한 디지털 광고인 만큼, 패소할 경우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반독점 소송 전환점 될까

미국의 반독점법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것으로 유명하다. 1890년 제정된 ‘셔먼법’을 근거로 미 정부는 시장 질서를 해치는 독점 기업에 대해 강제 분할 등의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왔다. 1911년 존 D 록펠러가 설립한 스탠더드 오일은 34개 기업으로 분해됐고, 아메리칸 타바코는 16개 회사로 분할됐다. 두 회사 모두 각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 독점 기업이었다. 1984년에는 유선 전화 사업을 독점하고 있던 AT&T가 8개 기업으로 분할됐다. 하지만 20세기 말 본격적으로 등장한 인터넷 기업들은 과거와 비즈니스 모델이나 성장 과정이 달라 반독점법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구글을 비롯해 아마존, 우버, 메타 같은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잠재적인 경쟁자를 제거하고 시장을 독식하면서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서 구글이 패소할 경우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반독점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소송은 빅테크 독점에 대한 심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규제 당국은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의 기업이 영향력과 규모가 커짐에 따라 독점 소송을 제기하려고 시도해 왔다”고 했다.

미 법무부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있다는 소송도 별도로 제기한 상태이다. 유럽연합(EU)도 지난 6월 알파벳의 핵심 사업인 광고 사업 부문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고, 구글의 유럽 내 광고 사업 일부를 매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