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가 올 1분기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머스크가 2002년 ‘화성 식민지 개척’을 기치로 내걸고 창업한 지 21년 만이다. ‘허황된 꿈’이라는 시장의 비웃음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짓말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한 번도 뜻을 굽히지 않은 머스크의 뚝심이 이뤄낸 결과이다. 우주인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로켓 배송’과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스타 링크’ 등 스페이스X의 핵심 사업은 이제 국가의 능력을 뛰어넘는 민간 기업의 위상을 갖게 됐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미국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는 발사 사업으로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사진은 지난달 스페이스X 로켓이 발사돼 날아가는 모습. /AP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 시각) 내부 문서를 인용해 “스페이스X가 올해 1분기 15억 달러(한화 약 2조원)의 매출과 5500만 달러(약 74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실적을 공식 발표하지 않는 스페이스X가 분기 기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2021년 약 23억 달러의 매출을 냈지만, 33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해 약 9억6800만 달러의 적자를 봤다. 2022년에는 46억 달러의 매출, 52억 달러의 비용을 기록해 적자를 5억5900만 달러로 줄였고, 올 1분기에는 흑자 전환까지 이룬 것이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민간 우주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현재 1500억달러로 디즈니, 인텔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픽=이철원

◇발사체 회수로 전환점

결제 업체 페이팔을 매각한 자금으로 머스크가 2002년 창업한 스페이스X는 오랜 기간 돈 먹는 하마 취급을 받았다. 개발 지연과 잇따른 폭발 사고로 끊임없는 파산설에 시달렸다. 스페이스X의 성공을 믿는 사람은 머스크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는 로켓공학 책을 사서 공부했고, 로켓과 우주선 디자인에도 직접 참여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에 지나친 관심을 쏟는다며 테슬라 주주들이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다. 2015년 팰컨9 로켓의 1단 발사체 회수에 성공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발사체와 엔진은 1회용이 당연했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지상이나 바다로 떨어지는 발사체에 역분사 엔진과 보조 다리를 장착해 회수와 재사용이 가능하게 했다.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스페이스X는 어떤 기업보다 싼 비용으로 더 자주 로켓을 발사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스페이스X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은 물론 전통의 우주 기업 보잉과 록히드마틴을 압도하며 우주 개발 시장의 독점 기업이 됐다. 현재 스페이스X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머스크는 시장을 장악한 뒤에 서서히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발사체를 10회 이상 재활용하면서 비용은 점점 줄어드는데 지난해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 ‘팰컨 헤비’ 사용료는 8% 올렸다. 수익성이 개선된 이유이다.

◇스타십으로 화성 도전

머스크의 우주 정복 계획은 아직 초기에 불과하다. 2019년 시작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는 현재 4500여 개의 저궤도 위성으로 전 세계에 초고속 유선망과 비슷한 속도의 인터넷을 공급하고 있다. 머스크는 향후 위성 숫자를 4만2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막는 데도 활용되며 전쟁과 글로벌 안보의 판도를 바꾸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 머스크는 달과 화성 탐사를 위한 차세대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까지 발사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머스크는 “우린 곧 화성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스페이스X의 성공에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연이은 발사 실패로 위기에 빠질 때마다 스페이스X는 정부 수주를 통해 이를 극복했다. NASA는 2006년 상업용 궤도운송서비스(COTS) 계획을 통해 스페이스X에 2억7800만 달러를 지원했다. 2008년 말에는 NASA의 화물 운송 사업 계약을 16억 달러에 체결했다. 이 기간 스페이스X는 수차례 실패를 딛고 민간 최초로 로켓 ‘팰컨1′ 발사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