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1·2위 스타트업인 ‘닥터나우’와 ‘나만의 닥터’가 결국 사업을 중단한다. 지난 6월 정부가 비대면 진료 사업의 범위를 대폭 축소한 시범 사업 운영 이후 석 달 만이다. 혁신 서비스들이 정부 규제와 기존 업계 반발 속에 문을 닫는 제2의 타다, 로톡 사태가 벌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1위 비대면 진료 앱 닥터나우의 사용 화면. 닥터나우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 범위가 지난 6월 대폭 축소되면서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닥터나우

25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와 나만의 닥터는 이달 말 정부의 시범 운영 기간 종료에 맞춰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닥터나우는 “시범 운영 기간 비대면진료 서비스 이용자 불만이 늘고 이용객 수가 급감해 서비스를 사실상 접은 상태”라며 “비대면 진료 외에 다른 의료 서비스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만의 닥터도 “정부의 시범 운영은 사실상 비대면 진료의 손발을 묶어버린 것”이라며 “이달 안에 약 배송 서비스를 접을 것”이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는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를 이용해 의사에게 원격으로 진료를 받거나 약을 처방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의약업계의 반발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 싹을 틔우지 못했던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기간이었던 2020년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지난 3년간 우리나라 국민 1300만명이 3800만 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6월 코로나 방역 해제 후 비대면 진료 대상을 초진 아닌 재진 환자 중심으로 축소하고, 코로나 기간에 허용되던 약 배송도 금지했다. 비대면 진료 99%를 초진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사실상 비대면 진료를 다시 금지한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부는 8월까지 계도 기간을 갖고 9월부터 이 안을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6월 시범 사업이 시작되자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비대면 서비스를 운영하던 30여 곳 중 10곳이 이미 사업을 접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일평균 5000건에 달하던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는 정부의 시범 기간 도입 첫 달인 6월 4100건, 7월 3600건으로 매달 감소했다. 비대면 진료 요청을 의료 기관이 거부하는 ‘진료 취소율’은 6월 33%에서 이달 60%까지 높아졌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법에서 말하는 재진이란 30일 이내에 같은 질병으로 같은 의사에게 진료를 보는 경우를 말하고 질병코드도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며 “의사가 직접 재진 조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하고, 판단을 잘못 내리는 경우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꺼리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코로나 기간 가능성과 효과, 수요가 입증된 서비스의 싹을 다시 잘랐다고 비판한다. 선재원 나만의 닥터 대표는 “코로나 속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큰 사고 없이 혁신 서비스에 대한 테스트가 끝났는데 정부가 이를 다시 규제한다고 한다”며 “비대면 진료 안착을 위해 노력해왔고 환자들로부터 편리하다는 피드백까지 받았는데 진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비대면 환자의 1%에 해당하는 재진 환자 서비스만 가능한 규제 속에서 비대면 사업이 가능한 플랫폼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