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하경

글로벌 1·2위 가전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홈 생태계 확대를 위해 손을 잡았다. 각사가 운영하는 가전 제어 앱을 일부 연동시키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앱 ‘스마트싱스’에서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을, LG전자의 앱 ‘LG씽큐’에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29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주요 가전 기업과 가전 간 상호 연동을 추진해 스마트홈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일단 9월부터 튀르기예 가전 기업 베스텔과 연동을 시작하고 연내 양사 간 연동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총 9종의 주요 가전에 대해 연동을 시작하고 추후 쿡탑 등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연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글로벌 가전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회사별로 제각각 운영하며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왔던 스마트홈 생태계 확대를 위해 양사가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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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을 만들어라

스마트홈은 TV, 에어컨 등 가전을 연결해 앱이나 스마트 스피커 하나로 원격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창문과 커튼을 여닫거나 집 안에서 차량 시동을 거는 등 센서만 있다면 무한하게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 주요 가전업체뿐 아니라 구글·아마존·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도 스마트홈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전업체들이 각자 자사 제품 중심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집 안의 모든 장치가 연결된다는 스마트홈의 슬로건 자체가 반쪽짜리였기 때문이다.

전 세계 가전업체와 IT(정보 기술) 기업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22년 설립된 글로벌 가전업체 협력체인 HCA는 이번에 다른 회원사의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표준을 마련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플랫폼인 ‘스마트싱스’에는 300개가 넘는 파트너사가 있었지만, 이들 가전은 삼성의 플랫폼에만 맞춰져 있다. 파트너사도 대부분 소형 조명 회사 같은 중소형 가전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LG전자의 ‘LG 씽큐’ 등 다른 가전업체의 플랫폼도 마찬가지였다. HCA 표준은 특정 회사의 플랫폼에 맞추지 않고도 클라우드를 거쳐 다른 회사의 가전을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HCA는 삼성·LG뿐 아니라 유명 가전 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빅테크 주도의 표준화도 이뤄지고 있다. 500개 기업을 회원으로 둔 CSA는 ‘매터’라는 표준을 만들었다. 매터는 사물인터넷(IoT) 기기 간 통신언어를 통일한 것이다. 매터 표준에 맞춰 만들어진 스마트 전구나 조명은 여러 빅테크의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전원을 켜고 끄는 등 다양한 기능이 작동된다. 다만 통일된 표준에 맞춰 기기를 새로 만들어 한다는 점이 이미 만들어진 가전을 제어하는 HCA 표준과의 차이점이다.

그래픽=김하경

◇가전시장 정체...스마트홈을 확대하라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표준화에 나선 건 스마트홈이 정체된 가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글로벌 가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자 기업에 유·무선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스마트 가전을 확대해왔지만 사실상 이 기능을 쓰는 소비자층은 많지 않았다. TV는 삼성전자, 냉장고는 LG전자처럼 고객의 선호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한 회사 제품으로 집안 전체를 채우는 경우도 드물어졌다. 결국 고객들이 스마트홈이라는 신기능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기업 간 연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0년 608억달러(약 80조40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2025년 1785억달러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표준화는 시장 확대와 함께 ‘록인 효과’와 ‘선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단 스마트가전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들은 편리함 때문에 앞으로도 스마트 가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스마트홈

TV,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비롯한 집 안의 모든 장치가 연결되고 지능화돼 원격 제어, 냉난방 제어, 방범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시스템. 생활 속 사물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기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