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한 유럽연합(EU)이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X(옛 트위터)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국면에서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무방비하게 인터넷상에 노출시킨 점에 책임을 물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X는 지난 8월 EU에서 정식 시행된 강력한 빅테크 규제안 ‘디지털 서비스법(DSA)’의 첫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티에리 브레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왼쪽)과 일론 머스크.

10일(현지 시각) 티에리 브레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머스크에게 전쟁과 관련된 가짜 뉴스 확산에 대해 당장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그는 “당신이 소유한 플랫폼이 유럽 역내에서 허위 정보와 불법 콘텐츠를 전파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징후를 발견했다”며 “DSA는 콘텐츠 관리(moderation)에 대해 매우 정확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을 상기시켜드린다”고 했다. 또 “당신 회사의 (콘텐츠 관리) 시스템이 효과적인지 긴급히 점검하고, 현재 취하고 있는 위기 대응 조치에 대해 향후 24시간 안에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를 해달라”며 “X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수 있으며,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처벌이 부과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처벌을 피하고 싶다면 법을 어긴 정황에 대해 소명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X에는 발생하지 않은 가짜 공습 영상과 전술 핵무기를 허용했다는 것과 같은 전쟁 관련 거짓 정보들이 속보처럼 올라오고, 단번에 수십·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 당국의 공개 서한은 DSA 실행 후 처음이다. DSA는 플랫폼 기업들에 보장돼온 온라인상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면책 특권을 뒤엎은 법이다. 빅테크가 유해 콘텐츠의 확산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거나, 이를 신고할 수단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콘텐츠 생성자와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초강력 규제안이다. X가 가짜 뉴스 확산을 막을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연 수입의 6%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지난해 X의 매출(44억달러) 기준 벌금 규모는 2억6400만달러(약 3540억원)에 달한다. 문제가 반복되면 유럽 당국은 유럽에서 X의 사업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

머스크는 브레통 집행위원의 X계정에 “X의 정책은 모든 것을 오픈 소스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고, EU도 이런 방식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신이 언급한 위반 사항을 대중이 볼 수 있게 나열해 달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어로 ‘매우 감사합니다(Merci beaucoup)’라는 비꼬는 듯한 말도 남겼다. 이에 브레통 집행위원은 “당신은 사용자들과 당국이 보고한 폭력 미화 사례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말처럼 행동하고 있는지 증명하는 건 당신에게 달려있다”고 되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