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시세조종 관여 의혹이 제기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1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18/뉴스1

카카오는 SM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업계가 놀랄 정도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배경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의 기업공개(IPO)’가 있다. 20일 투자 업계 관계자는 “올 1월 카카오엔터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2000억원 투자를 유치할 당시 기업가치는 대략 11조원이었다”며 “카카오엔터의 IPO 조달 목표 금액은 20조원으로 알려진 만큼, SM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것이 지상 과제였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 상장은 카카오의 숙원 사업이었다. 카카오는 2019년부터 주관사를 선정해 카카오엔터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 결합, 주식 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계속 연기됐다. 여기에 다른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상장 당시 주요 경영진이 상장 직후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까지 터지면서 일정 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카카오엔터는 공격적인 사세 확장으로 40여 계열사를 두고 있었다. K팝 아이돌 아이브가 소속된 스타쉽엔터를 비롯해 이병헌 등 스타 배우들이 소속된 BH엔터 같은 기획사, 영화제작사 등이다. 곳간이 말라가던 카카오엔터는 5000억원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오고 있었고, 이 숨통을 틔워준 곳이 사우디와 싱가포르 자본이었다.

문제는 이런 대형 투자의 목표가 카카오엔터의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라는 것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해외 대형 투자자의 경우 상장 같은 요구와 압박의 강도가 훨씬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SM 인수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공감대가 카카오 내부에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열사의 고속 성장→기업 공개 후 수익 창출’이라는 카카오의 성장 방식은 최근 잇따라 실패하고 있다. ‘카카오T(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장을 추진하다 작년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매각마저 불발됐다. 기업용 소프트웨어·클라우드(서버임대) 사업을 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9월 직원 40%를 감축했다. 포털 ‘다음’ 관련 사업은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분리했는데, 매각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계열사 자금 수혈(출자금)에 쓴 금액이 2021년 700억원대에서 작년 4300억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4000억원을 넘었다”며 “그만큼 계열사들의 수익 창출과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는 의미로, 무리한 확장에 한계가 오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