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리야드의 네옴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네이버와 사우디 주택부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운영 계약'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로부터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고 24일 밝혔다.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이 중동 지역에 플랫폼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를 가상의 공간에 쌍둥이처럼 그대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건물이나 도시 건설 같은 대형 사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가상 공간에 구현해 작동을 시켜보고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이버는 내년부터 5년간 수도인 리야드를 포함해 5개 도시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한다. 계약 규모는 1억 달러(약 1340억원)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기술을 도시 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공공 디지털 서비스를 한국 IT 기업이 첫 단계부터 설계하는 셈이다. 네이버는 “도시 전체를 정밀하게 복제할 수 있는 원천 기술과 매핑 로봇 등을 자체 개발한 점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네이버는 이번 사업이 추후 국내 기관과 스타트업의 중동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구축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 개방형이기 때문에 다른 기관이나 스타트업과 협업해 생태계를 키워나갈 수 있다. 실제로 앞서 네이버와 업무협약을 맺은 한국국토정보공사(LX), 한국수자원공사도 이번 사업에 힘을 보탠다. IT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은 한 번 구축되면 이를 활용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중동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들과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MOMRAH와 국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와 교류를 이어왔다. 향후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중동 지역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는 “네이버가 IT 스타트업들이 중동에 진출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며 “탄탄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2의 중동 수출 붐을 이끌어 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