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티빙이 12월부터 구독료를 인상한다. 구독료는 웹 결제 기준으로 베이직 요금제가 월 7900원에서 9500원, 스탠더드는 월 1만900원에서 1만3500원, 프리미엄은 월 1만39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각각 20%가량 오른다. 변경된 요금제는 신규 이용자에게 우선 적용되고, 기존 이용자는 내년 3월부터 적용된다. 티빙은 또 내년 1분기 중 토종 OTT 최초로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다. 월 구독료가 5500원으로 저렴한 대신 광고를 봐야 한다. 티빙 관계자는 “이용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전면 개편한다”며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티빙의 구독료 인상을 두고 업계에선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1년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업체들이 구독료를 인상하고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했지만, 토종 OTT들은 점유율 이탈을 우려해 섣불리 요금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콘텐츠 수급과 투자 비용이 높아지고 이용자 증가세가 정체하면서 요금을 올리지 않고는 현상 유지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티빙을 시작으로 토종 OTT들이 잇따라 요금 체계를 개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벼랑 끝에 선 토종 OTT

티빙의 영업 손실 폭은 별도 법인이 설립된 2020년 이후 매년 커졌다. 2020년 61억원이던 적자는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2억원으로 늘었다. 2021년 707억원이던 콘텐츠 원가가 지난해 1167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OTT 이용률이 크게 늘어나면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기업들의 콘텐츠 투자 규모도 대폭 늘어났다”며 “이 때문에 콘텐츠를 들여오는 비용이 늘어났다”고 했다.

다른 업체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웨이브는 2020년 169억원, 2021년 558억원, 2022년 1213억원 적자를 냈다. 작년 555억원 영업 손실을 낸 왓챠는 2019년부터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자본 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을 구독하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쿠팡플레이를 제외하면 토종 OTT의 이용자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넷플릭스 1164만명, 쿠팡 플레이 532만명, 티빙 512만명, 웨이브 422만명, 디즈니 플러스 394만명, 왓챠 64만명 순이었다. 지난 8월에는 iHQ의 OTT 서비스 바바요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래픽=이철원

◇분전하지만, 인상 시간문제

토종 OTT들은 이용자를 유치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웨이브는 연간 이용권을 16% 할인하고, 신규·재가입자를 대상으로 ‘첫달 100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미주 지역 콘텐츠 플랫폼 ‘코코와’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진출에 나섰다. 왓챠는 구독 없이 각 콘텐츠를 구매해서 볼 수 있는 단건 결제 서비스를 내놨고, 성인 콘텐츠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독료 인상과 광고 요금제 도입은 시기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토종 OTT는 국내 이용자들이 주요 대상인 만큼 시장 규모 자체가 작은데, 시장이 이미 포화해 저가 프로모션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실제로 웨이브와 왓챠 역시 요금 인상과 광고형 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OTT 업체들이 지금까지 시장 이용자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할인 경쟁 등을 벌여왔지만, 기존 요금 체계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요금을 인상하면서 콘텐츠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