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본사. /로이터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3분기에도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 둔화 속에서도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 넘게 하락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로 엔비디아 매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엔비디아는 21일(현지 시각) 올해 회계연도 3분기에 매출 181억2000만달러(약 23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59억3100만달러) 대비 3배로 뛰었고 월가 평균 전망(161억8000만달러)도 크게 상회했다. 주당 순이익은 4.02달러로 전년 동기(0.58달러) 대비 593%나 올랐다.

엔비디아 실적은 챗GPT와 같은 고도의 연산에 필수적인 첨단 AI 반도체가 이끌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실제 사업 부문 중 AI 칩 수요가 반영된 데이터 센터 부문 매출이 145억1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9% 증가해 호실적을 견인했다. 엔비디아는 “대규모 언어 모델 훈련과 추론, 생성형 AI 앱에 대한 전세계적인 수요에 힘입어 강력한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전망도 좋은 편이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 전망치를 200억달러 가량으로 제시했다. 이 또한 월가 예상치(178억6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엔비디아는 바이든 행정부의 지역 수출 규제로 4분기 매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의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초강력 반도체 수출 통제안을 추가로 발표했다. 작년 10월 내놓은 수출 통제 초안의 허점을 촘촘하게 메꾼 최종안으로 수출 금지 품목을 저성능 반도체로 확대했다. 이같은 수출 통제의 가장 큰 피해자로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언급돼 왔다.

엔비디아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수출 통제를 받게 되는 중국과 기타 지역의 매출이 지난 몇 분기 동안 자사 데이터센터 매출의 약 20~25%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4분기에는 이들 지역의 매출이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른 지역의 강한 성장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정규 거래에서 0.92% 하락하며 마감했다. 이어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도 1% 넘게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