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김정호

카카오 개혁을 맡은 외부감시기구 ‘준법과 신뢰위원회’의 유일한 사내 위원인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카카오의 방만한 경영과 부실한 의사 결정 과정 등을 비판하는 폭로 글을 잇따라 공개적으로 올리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초대형 공연장과 데이터센터 공사 업체 선정에 대한 비리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복지는 외면하면서 일부 부서가 수시로 골프장을 이용하고, 관리 부서 책임자의 연봉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고 했다. 네이버 공동창업자이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삼성SDS 재직 당시 선배이기도 한 김 총괄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사건 등으로 위기에 빠진 카카오 개혁을 위해 김 창업자가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김 총괄은 지난 28일부터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여러 건의 글을 통해 “카카오 내부에서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관련 비리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제주도 본사 유휴 부지 개발 과정에서도 외부 업체 선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김 총괄이 지적한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는 서울 창동의 대형 공연장 ‘서울아레나’와 경기도 안산에 지은 데이터센터(IDC)이다. 서울아레나는 건설비만 3008억원, 안산 데이터센터는 1436억원에 이른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이들 프로젝트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공개 입찰 없이 특정 대기업 건설사에 수의 계약 형태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괄은 또 제주도 본사 유휴 부지 개발 외주 업체 선정도 불투명하게 진행됐다고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지난 22일 열린 회의에서 700억~800억원이나 드는 공사 업체를 그냥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정했다고 주장하는데 아무 말도 없는 다른 임원들을 보면서 분노가 폭발했다”고 썼다. 이 회의에서 흥분한 김 총괄은 “여긴 문제 되는 사람들만 모여 있다”는 취지의 비속어가 섞인 욕설까지 내뱉었다. 이 외에도 김 총괄은 “특정 부서에서 한 달에 12번씩 골프를 치는 등 프로 골퍼 수준으로 즐기고 있었다”면서 “카카오가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고도 했다. 직원 30명에 불과한 관리 부서 책임자의 연봉이 더 경력이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 부서 책임자 연봉의 2.5배에 이르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산적했다고도 지적했다.

김 총괄의 폭로에 대해 카카오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자산개발실 소속 오지훈 부사장과 직원 11명은 29일 카카오 내부 전산망에 장문의 공동 입장문을 올리고 반박했다. 이들은 “안산 데이터센터 시공사 선정은 내부 절차에 따라 입찰과 공정한 심사를 통해 진행됐다”면서 “2021년 윤리위원회 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았다”고 했다. 또 “서울아레나도 카카오가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가 참여한 건설·금융·운영 컨소시엄이 함께 진행하는 형태”라고 했다. 애초에 수의계약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오 부사장은 제주도 유휴 부지 개발 과정에 대해서도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 경영진 결재를 모두 거쳐 진행한 사안”이라고 했다. 사실상 김 총괄의 폭로가 모두 틀렸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는 김 총괄의 폭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관련한 감사에 착수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비리 제보가 접수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