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웹툰 잡 페스타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박태준 만화회사’. 264㎡(약 80평) 규모의 5층 작업실에서 작가 15명이 마우스와 펜을 쥔 손을 바삐 움직였다. 1회 분량의 웹툰을 그리는 데 작가 7~8명이 달라붙는다. 철저한 분업 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이 방식으로 매주 웹툰 10건을 연재한다. 네이버웹툰 ‘외모지상주의’를 연재하며 인기를 얻은 박태준 작가는 2017년 이 웹툰 업체를 세웠다. 6층 건물 가운데 3~6층을 모두 작업실로 꾸민 웹툰 공장이다. 직원은 120명이 넘고, 작년 매출은 156억원이다. 박태준 작가는 “이렇게 만들어낸 작품 20편이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고 했다. 박태준 만화회사 같은 국내 웹툰 제작 업체만 1000여 곳에 이른다.

K웹툰 산업이 기업화·분업화를 무기로 전 세계를 정복하고 있다. B급 콘텐츠로 여겨지던 만화가 인터넷·모바일과 결합하면서 글로벌 문화 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매달 전 세계에서 한국 기업들의 웹툰을 보는 구독자가 2억명에 이른다. 시장조사 업체 스카이퀘스트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2022년 50억6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였던 전 세계 웹툰 시장은 연평균 36.8%씩 성장해 2030년 849억3000만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한국 업체들은 웹툰이라는 콘텐츠와 시장을 전 세계에서 처음 탄생시켰고, 출판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도서·출판 플랫폼 상위 5위 가운데 3위인 아마존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 웹툰 플랫폼이다. 특히 K웹툰은 영화·드라마·게임으로 재탄생하며 전 세계 콘텐츠 제작사와 영화사들의 구애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K웹툰 산업에서 제2의 디즈니, 제2의 넷플릭스 같은 거대 콘텐츠 공룡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