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발견된 백종원 사칭 광고에 쓰인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메타가 페이스북 사기 광고에 얼굴이 도용된 카타르 억만장자에게 공개 사과를 했다. 사기·가짜 계정에 사진을 도용당한 유명인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메타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메타는 15일(현지 시각)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사기 광고에 위삼 알 마나의 이미지가 사용된 데 대해 사과하고 추가 조치를 약속했다. 이날 아일랜드 더블린 법원에서 메타는 “알 마나의 평판에 해를 끼치고 고통과 당혹감을 안겨준 점에 대해 인정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에 대해 메타는 알 마나에게 진심으로 그리고 아낌없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중동의 ‘셀럽’(유명인)인 알 마나는 8개국에 걸쳐 55개의 계열사를 운영하는 알 마나 그룹 창업자의 아들이자 팝스타 재닛 잭슨의 전남편이다. 2019년 페이스북에 게재된 광고에 등장해 중동 지역 사람들에게 가상화폐 투자를 권유했다. 알 마나의 사진은 도용된 것이었고, 가상화폐도 사기였다. 알 마나는 “당시 메타가 가짜 광고를 삭제했지만 더 많은 가짜 광고가 게재되는 것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평판에 손상을 입었고 고통스러웠다”고 주장하며 3년 전 더블린 법원에 메타를 고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과 같은 메타의 공개 사과는 드문 사례다. 개인이 빅테크를 상대로 수년에 걸친 법적 소송을 진행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 소송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알 마나가 돈이 많은 유명인이기 때문에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사과를 받아내는 게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유명인 사칭 광고는 문제가 됐지만 메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피해자에게 사과한 적은 없다. 올해 초부터 유재석·백종원·이영애를 비롯해 현정은(현대그룹 회장)·장하준(경제학자)·김종인(정치인) 등 유명인 사칭 계정으로 투자 권유, 피싱 광고가 급증했다. 지난 10월에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자신을 사칭해 주식 ‘리딩방’을 광고하는 페이스북 계정을 메타에 신고했지만 “규정 위반이 아니라서 삭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