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가 2023년 10월 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월드 2023 기업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11년 전 자신이 사들였던 실리콘밸리의 저택을 담보로 1000억원대 대규모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저택은 손 회장 구매 당시 미국 주택 중 최고가로 화제가 된 바 있다.

14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손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에 있는 자신의 저택을 담보로 일본 미즈호 은행으로부터 약 100억 엔(약 9200만 달러)의 대출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대출은 소프트뱅크가 위워크 IPO 실패와 두 번째 비전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였던 2019년 12월에 단행됐다.

대출에 담보로 잡힌 저택은 2012년 11월 당시 미국 주거용 부동산 사상 최고가인 1억175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230억원)에 거래돼 화제가 됐다. 매매 당시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로 구매자가 손 회장인 것이 몇 달 뒤 알려졌다. 부동산 사이트 레드핀은 이 저택의 가치를 2300만 달러로 보고 있지만, 인근 부동산 중개인들은 최근 매매가를 바탕으로 7500만달러에서 9000만달러 사이로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FT는 미국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 파산 등 투자 실패로 손 회장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고 있다. FT에 따르면 손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소프크뱅크가 투자한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의 지분부터 중국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 지분까지 다양한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 회장은 개인적으로 소프트뱅크로부터 빌린 돈으로 두 번째 비전 펀드, 라틴 아메리카 펀드, 그리고 회사의 잉여현금을 활용해 설립한 SB 노스스타에 대한 투자 비용을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그의 개인 부채는 5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앞서 2019년 초 손 회장은 회사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 산하 비전펀드를 통해 위워크에 투자했다. 작년 11월 위워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총 137억달러(약 18조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