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24' 실시간 통역 기능 써보는 관람객들 - 17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스마트폰 '갤럭시 언팩 2024' 행사에서 관람객이 '갤럭시 S24' 시리즈의 실시간 통역 기능을 체험하고 있다. 강력한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신제품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을 뛰어넘는 스마트폰이 드디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수년째 삼성전자의 갤럭시 언팩(공개) 행사를 취재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진심으로 흥분한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입니다.”

17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 언팩 행사에서 만난 워싱턴포스트 테크 전문 기자 크리스 벨라스코는 “곧 있을 결혼식을 갤럭시 S24에 탑재된 AI의 도움을 받아 계획해보고 싶다. 재밌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기사에 “스마트폰에 AI를 도입한 것은 삼성전자가 강력한 경쟁자인 애플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시간 통·번역과 같은 강력한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갤럭시 S24 시리즈에 대해 주요 외신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을 뛰어넘는 스마트폰이 드디어 나타났다. 시리(아이폰 음성비서)야, 듣고 있니?”라고 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갤럭시 S24는 AI 신기술 도입에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애플에 비해 기술적으로 앞서가게 됐다”고 했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은 생성형 AI에 있어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에 크게 뒤처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애플이 차기 아이폰16 시리즈에 AI를 대거 탑재한다 해도, 제품 출시까지 9개월 넘는 시간이 남았다. AI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가 견고한 아이폰 팬층을 뚫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삼성전자는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갤럭시 S24 시리즈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이어 31일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그래픽=박상훈

◇애플과의 경쟁 구도, ‘리셋’ 되나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17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언팩 행사 직후 열린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 기자 간담회에서도 ‘갤럭시 스마트폰이 아이폰을 넘을 수 있는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노 사장은 경쟁사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갤럭시 S24 정도면 애플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평가에 “같은 생각과 각오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노 사장은 “AI 기능이 추가되면서 갤럭시 S24 시리즈 판매가 전작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AI가 적용된) 프리미엄폰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모멘텀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 CNBC 방송은 “삼성의 핵심 수퍼 사이클(대호황)을 대표하는 스마트폰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갤럭시 S24 시리즈는 AI 대중화의 시작을 알리는 제품”이라고 했다. 올해 활짝 열린 AI 스마트폰 신시장을 삼성이 주도할 것이라는 평가다.

갤럭시 S24 시리즈의 AI 기능에 대해서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실시간 통역 기능에 대해 “아무것도 찾아볼 필요 없이 외국인과 완전한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지연도 거의 없다”고 했다. 테크크런치는 궁금한 것에 동그라미를 치면 구글의 AI 제미나이가 이와 관련된 정보를 곧바로 검색해주는 ‘서클 투 서치’ 기능에 대해 “스마트폰을 검색을 위한 커다란 공간으로 바꾼 것이며, 이는 소비자에게 단순한 변화 그 이상의 의미”라고 평가했다. 더 버지는 “하루 종일 수많은 앱을 열고 닫는 데 지친 우리를 구원할 AI 기능을 보여줬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 탑재한 AI 기능을 최대한 빠르게 다양한 기기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노 사장은 “올해 온디바이스(내장형) AI와 외부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AI를 모두 합친 ‘갤럭시 AI’를 1억대의 모바일 기기에 탑재하면서, 모바일AI의 글로벌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전작인 갤럭시 S23, 갤럭시 플립5·폴드5 등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갤럭시 S24가 갖춘 AI 기능의 80~90%를 탑재할 방침이다. 포브스는 “삼성이 AI를 자사 주력 스마트폰의 최전선에 두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차세대 폼팩터 ‘갤럭시 링’ 깜짝 등장

17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S24 언팩 행사에서 공개된 '갤럭시 링'의 모습./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삼성전자는 향후 스마트폰에 탑재한 AI 서비스를 헬스케어 분야로 확장할 전망이다. 이날 언팩 행사 마지막에 무대에 오른 매튜 위긴스 삼성리서치 미국 헬스 설루션 랩장이 “우리는 미래의 헬스 기술을 바꿀 강력한 디바이스를 만들었다”고 하자, 그의 뒤로 차세대 기기 ‘갤럭시 링’의 출시를 예고하는 영상이 재생됐다. 현장 참석자들은 깜짝 발표에 환호를 지르며 박수를 쏟아냈다.

갤럭시 링은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다니면서 사용자의 수면, 활동량 등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주는 스마트 기기다. 수집된 데이터를 모바일로 전송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더욱 정교한 개개인의 ‘건강 비서’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노 사장은 “갤럭시워치도 좋지만, 디지털 헬스 기기의 가장 중요한 ‘상시 모니터링’을 구현하려면 링 모양의 기기가 낫다고 판단해 추진하기로 했다”며 “갤럭시 링은 올해 안에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