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로고./뉴스1

해외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자원의 효율적인 배치에 기민하게 나선 데 반해 국내 기술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주류 기술 개발을 따라잡거나 신사업을 개척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수 시장 위주의 사업 구조에 안주하는 경향과 경직된 고용 문화 때문에 인력이나 투자를 빠르게 전환 배치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주력하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챗GPT 등장 이후 불과 1년 만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중심으로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자 네이버는 지난해 8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인 ‘하이버클로바X’를 내놓았다. 네이버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최적화된 초거대 AI 모델이란 점을 내세웠지만 챗GPT나 바드 등 빅테크가 내놓은 모델도 한국어 학습 수준을 높이며 네이버의 장점이 희석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의 이전 버전보다도 성능이 낮다”고 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 ‘코GPT 2.0′ 출시를 예고했지만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지난 19일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이해하는 멀티모달 언어 모델(MLLM) 허니비를 내놓았지만 업계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게임 회사들 역시 기존의 핵심 수익 모델인 ‘확률형 아이템’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지불하는 아이템 판매 가격에 매몰된 나머지 새로운 게임이나 시장 발굴을 외면해왔다는 것이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수익 모델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면서 “인력 구조를 개편하고 사업 모델을 개척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한국의 고용 시장이 다르다는 점도 기업들이 공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회사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사업과 인력 구조를 개편할 수 있지만, 한국은 해고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