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 있는 유튜브 스페이스 사무실./AP 연합뉴스

한국은 빅테크가 장악한 글로벌 온라인 시장에서 몇 안 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였다.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톡, 멜론 같은 토종 서비스들이 빅테크의 시장 진입을 막는 보루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의 급성장은 한국시장에서도 빅테크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국내 검색 시장은 네이버가 줄곧 점유율 70~80%대를 유지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지난해 네이버의 점유율은 60% 선이 무너졌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고 뉴스를 보는 등 콘텐츠를 소비하던 이용자들이 유튜브로 대거 옮겨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MZ 세대는 네이버에서 글로 검색하는 것보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으로 검색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다른 서비스 이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유튜브가 사실상의 포털이 된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의 멜론도 국내 음원 시장 1위 자리를 유튜브 뮤직에 내줬다. 지난해 12월 국내 모바일 음원 시장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위는 유튜브 뮤직(649만6035명)으로, 멜론(623만8334명)을 앞섰다. 2022년 1월 408만명에 불과했던 유튜브 뮤직 MAU는 2년 만에 200만명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멜론, 지니, 플로 등 국내 서비스들의 MAU는 각각 100만명 이상 줄었다. 유튜브는 한 달 1만4900원을 내는 프리미엄 가입자에게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제공한다. 일종의 끼워팔기로 급속도로 덩치를 키운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2월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요금제와 관련해 현장 조사를 벌였지만 아직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유튜브는 국내에서 매달 40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이커머스 사업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어 쇼핑 채널을 개설하고 온라인 생방송 판매(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유튜브의 숏폼 콘텐츠와 인기 유튜버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면서 “이들을 앞세운 유튜브의 전략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도 바꿀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