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공개했다. 사진은 2023년 11월 20일 ASML 본사 내부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공개했다. 해당 장비가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미터) 기술 장벽을 넘을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장비 확보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SML이 지난 9일(현지 시각) 공개한 차세대 노광 장비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EUV’는 2층 버스 크기로 한 대 가격이 3억5000만달러(약 4660억원) 수준이다. 렌즈의 반사경 크기를 넓혀 반도체에 패턴을 새기는 빛을 모으는 능력(NA)을 극대화했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보다 반도체 집적도를 2.9배 높일 수 있다. 더 예리해진 칼로 반도체 회로를 더 정밀하게 새길 수 있게 되면서 반도체 처리 속도와 메모리 용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ASML은 “업체들이 해당 장비를 통해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는 2026년에서 2027년이면 반도체 기술의 변곡점이 올 것”이라고 했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EUV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회사다. ASML 장비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이 평가되기 때문에 ‘수퍼을’로 불린다. 2나노 공정 선점을 두고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은 핵심 장비인 ‘하이-NA EUV’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당 장비를 가장 먼저 확보한 기업은 인텔로, 지난해 12월 하이-NA EUV를 받아 내년부터 본격적인 반도체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ASML과 공동으로 투자한 반도체 첨단 공정 R&D 센터에 오는 2027년 해당 장비를 반입할 예정이다. ASML은 ‘하이-NA EUV’를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의 성능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구동을 위해 대량의 데이터를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하면서 전력 효율까지 높이려면 초미세 공정이 필수적이다. ASML은 “AI에는 엄청난 양의 컴퓨팅 능력과 데이터 저장 능력이 필요하며 ASML의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