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로고./로이터통신

유럽연합(EU)의 강도 높은 빅테크 규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EU 당국이 애플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는 빅테크 반독점법 시행 이후 애플이 유럽에서 과징금을 물게 되는 첫 사례다.

보도에 따르면 과징금 규모는 5억 유로(약 7196억 원)가 될 전망이다. 앞서 EU당국은 애플이 앱스토어 장악력을 무기삼아 자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의 경쟁사인 스포티파이에 불리한 정책을 시행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2019년 애플의 독점적 앱스토어 운용에 따른 고액의 수수료 정책 탓에 월간 구독료를 올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했었다. 장기간의 조사 끝에 EU집행위원회는 애플이 경쟁사들에게 반경쟁적 거래 관행을 강요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 등 자사 기기에서 사용하는 앱은 모두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게 해왔다. 앱 유통시장을 장악하면서 앱 내에서 이뤄지는 결제 마다 최대 30%의 수수료를 징수해왔다. 이는 애플의 가장 강력한 수입원 중 하나로 꼽혀왔다. 스포티파이의 주장에 지난 2022년 애플은 앱스토어를 우회하고 스포티파이 웹상에서 음악 서비스를 구독·구매할 수 있게 했지만, 복잡한 과정 탓에 실제 활용도는 낮았다. 이에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보여주기식 해결책’을 내놨다고 비판해왔다.

앞서 유럽은 애플의 이 같은 독점적인 앱스토어 관행을 심각한 반경쟁 행위로 보고, 유럽 내에서 서비스 변경을 요구했다. 빅테크의 독점 관행을 처벌할 수 있는 디지털시장법(DMA)가 시행되면서 유럽 당국은 법적으로 애플에 최대 연간 수입의 10%에 달하는 거액의 과징금을 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애플은 유럽 지역에서만 앱스토어 외 제3의 앱장터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EU당국은 과거 애플의 반독점 행위를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는 애플에 대한 최종적인 과징금 규모는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2020년 프랑스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11억 유로의 벌금을 부과 받았지만, 항소를 통해 벌금 규모를 3억 7200만 유로로 낮췄다. FT는 “이번 과징금의 발표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독점 금지를 향한 조사 방향이 뒤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