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사고로 전신 마비된 29세의 환자가 뉴럴링크사의 뇌 컴퓨터 칩을 이식받고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는 모습을 세상에 공개했다. /엑스(트위터)

다이빙 사고로 전신 마비된 29세의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여 체스게임을 하는 모습이 세상에 공개됐다. 이는 일론 머스크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개발한 ‘뇌 임플란트 칩’ 이식 환자의 최초 시연이었다. 9분간 생중계된 영상은 10시간 만에 5000여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20일(현지시각) 엑스(트위터) 계정을 통해 9분짜리 뇌 임플란트 칩(N1) 시연을 생중계했다. 주인공은 8년 전 다이빙 사고로 어깨 아래가 마비된 놀런드 아바우(29)로 그는 지난 1월 뇌에 N1을 이식 받았고 하루 만에 퇴원했다고 한다.

이 장치는 인간의 뇌 활동을 읽어 사람의 명령을 파악해 해당 동작을 실행하도록 설계되었는데, 이를 통해 사지가 마비된 사람이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다. 머스크는 미국 25센트 동전 크기에 1024개 전극 채널로 구성돼있는 이 장치를 ‘텔레파시’라 이름 붙였다.

이날 생중계 시연에서 아바우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온라인으로 체스 게임을 진행했다. 그는 스타워즈 영화를 언급하며 “기본적으로 커서에 염력(힘)을 가하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 1월 엑스를 통해 최초의 환자가 이식 수술을 받아 잘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아바우는 사용법을 배웠고, 시간이 지나면서 훨씬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돼 이제는 단순히 화면을 보기만 해도 커서가 반응한다고 한다.

BCI를 통해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정도의 기술은 큰 발전은 아니다. 2004년 척수마비 환자 매슈 네이글은 브라운대 뇌과학자 존 도너휴가 개발한 ‘브레인게이트(BrainGate)’를 이식받아 생각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굵은 전선 다발이 네이글의 두피에 있는 커넥터에서 냉장고 크기 컴퓨터까지 연결되어 있는 형태였다.

이에 반해 뉴럴링크의 장치는 데이터를 무선으로 전송하며 집이나 실험실 환경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날 아바우는 이식수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체스를 두는 멀티태스킹을 선보였다.

뉴럴링크의 장치는 무선 충전 방식으로 장치에 전원을 공급하는데, 배터리를 충전할 때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